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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병부실건설문화>1.건축물-콘크리트 굳기전에 문틀공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2면

국민을 경악케했던 삼풍백화점 붕괴사고 1백일을 지나며 중앙일보는 특별취재팀을 구성,건설공사의 현장진단을 했다.그 결과 엉터리 설계,불량 레미콘,시공수칙 무시,땅속 마구잡이 파헤치기등아찔한 현장들이 드러났다.부실의 악몽을 추방하기 위한 계기로 삼고자 한다.
[편집자註] 5층짜리 건물의 3층부분이 지어지고 있는 서울월곡동 동덕여대앞 상가신축 현장.
지난 5일 오후4시쯤 3층 슬래브 콘크리트 부어넣기를 한 뒤,하루도 안된 6일 낮12시쯤 측면의 거푸집을 떼냈다.콘크리트가 채 굳지않은 상태에서 슬래브 위로 문틀등 공사가 계속 이어졌다.콘크리트를 붓기전에 들여다본 철근의 굵기도 일정치 않았다.콘크리트 강도를 생각할 때 위험천만한 일이다.명지대 윤명오(尹明悟.건축학과)교수는 『공사기간 단축을 위해 거푸집 존치기간을 지키지않는 것은 특히 슬래브같은 수평 구조물의 안전성을 크게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콘크리트 굳히기를 위해 설치하는 거푸집은 부위와 기온에 따라차이는 있으나 평균 1주일이상 고정시켜 두도록 규정돼있다.
그러나 거푸집을 1주일까지 두는 것은 정부공사나 대규모공사등일부에 불과하다는 것이 현장관계자들의 이야기다.
서울 용산구의 한 아파트 현장소장을 맡았던 C씨는 『현재 정해진 아파트 법정공기(工期)로는 이를 지킬 수 없다』고 주장한다.공사 지체상환금이 걱정된다는 것이다.
서울 포이동의 4층 주상복합건물 건설현장.15㎝간격으로 배근돼야 할 철근이 10㎝에서 30㎝등으로 간격이 들쭉날쭉 하고,슬래브 위쪽으로 고임이 돼야 할 상부근(上部筋)이 아래쪽으로 처져 있다.또 철근의 정착위치나 길이도 규정대로 지켜져 있지 않다. 감리사무소 그룹 원의 김영국(金榮國)소장은 『감리를 나가보면 배근간격이나 철근 고임대의 사용 등 기술적인 부분은 여전히 대충하는 형편이며,거푸집의 존치기간 등 공기 및 비용이 관련된 부분은 일부 관급공사를 제외하고 「삼풍」이후 크 게 달라진 것이 없다』고 지적한다.부실시공의 주요원인이 되는 불량 레미콘 문제도 삼풍이후에도 여전하다.
레미콘 업계 종사자 P(37)씨는 『레미콘은 생산후 90분이내에 현장에 부어져야하나 지켜지지않아 불량품이 되는 경우가 숱하고 레미콘회사들도 시멘트를 줄이고 모래나 돌가루를 섞는 사례가 계속되고있다』고 증언한다.
그는 또 『최근 서울 Y빌딩공사현장에서 인부들이 「물을 안타면 퍽퍽해 일못한다」며 물타기를 강요하는 모습을 보았다』고 말했다. 실제로 새정치국민회의 최재승(崔在昇)의원이 이번 국정감사를 위해 레미콘 기사 5백8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이중88%가 물타기하라는 요청을 받은 일이 있다고 답변했다.
또 82%가 불량 레미콘을 타설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대형참사를 경험하고도 여전히 과거의 관행이 되풀이되고 있는 공사현장은 특별처방이 필요함을 말해주고있다.
◇팀장=김일(사회부 차장) ◇사회부=김기평.강갑생.김수헌 기자 ◇경제부=신혜경 차장(도시공학전문기자).박의준 기자 ◇부동산팀=신성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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