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과 주말을] 웃기고 재미있는 작가 오쿠다 장편 또 나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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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스무살, 도쿄
오쿠다 히데오 지음
양윤옥 옮김
은행나무
392쪽, 1만1000원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
오쿠다 히데오 지음
이영미 옮김
북스토리
368쪽, 9800

국내에 일본소설 붐을 몰고 온 작가 중 웃기고 재미있기로 단연 첫째는 오쿠다 히데오다. 2005년 『공중그네』로 한국에 첫 발을 들인 이래 열 작품이 소개됐고, 100만부가 넘는 판매 부수를 올렸다. 그의 장편소설 두 권이 새로 나왔다.

『스무살, 도쿄』는 다무라 히사오의 성장기다. 열여덟부터 서른을 코앞에 둔 청춘의 끝자락까지 그의 20대를 담았다. “도쿄라면 승가대학이라도 좋다”고 상경한 히사오는 밥보다 록음악이 좋은 철딱서니 없는 재수생. 연애감정에 달뜬 대학 새내기 시절, 우왕좌왕하는 사회초년생 시절을 지나 어느덧 어엿한 직장인이 됐다. “청춘은 끝나고 인생은 시작된다”고 말하는 어른이 되는데 걸린 만 11년. 작가는 징검다리 건너뛰듯 엿새의 에피소드로 세월을 건너간다.

『스무살, 도쿄』는 배고픈 20대 이야기이기도 하다. 소설의 시작부터 끝까지 히사오의 배는 시종 꼬르륵 거린다. 좌충우돌 20대 초반엔 끼니를 놓치기 일쑤였고, 사회생활을 깨우칠 쯤엔 일과 사람에 치여 밥 먹는 것조차 잊어버리기 다반사다. 아마도 작가는 불안과 초조, 고민으로 ‘가난한’ 20대의 마음을 허기로 이야기한 건 아닐까. 희망으로 마음을 채우는 청춘이 사그라 들고 나이가 먹을수록 “그러고 보니 배도 고팠다”고 뒤늦게 허기를 알아채니 말이다. 음악평론가를 꿈꾸던 스무 살이 “밥 못 먹고 사는 평론가 안 되기를 다행”이라고 말하는 어른이 됐다. 가볍고 빠른 문장 덕에 책장이 휙휙 넘어가지만 그 책장이 새털처럼 가볍지만은 않다.

『팝스타 존의 수상한 휴가』는 오쿠다의 데뷔작. 기발한 생각과 엉뚱한 캐릭터의 원형이 담겨있다. 주인공 ‘팝스타 존’은 비틀즈의 존 레논. 76년부터 79년까지 은둔한 그가 그 시간 과연 무얼 했을지, 호기심에서 시작한 소설이다. 팝스타의 공백기는 작가의 상상력으로 채워졌다. 변비환자가 된 팝의 전설! 존이 치료를 위해 찾아간 ‘아네모네 병원’의 의사는 “인간은 배설을 안 해도 상관없다”며 기상천외한 처방을 내놓는다. 그의 팬이라면 눈치챘겠지만 이 의사는 『공중그네』『인터폴』『면장선거』에 연이어 등장한 정신과 의사 이라부의 원조 캐릭터다. 오쿠다는 “천국에 있는 그에게 폐가 될지 모른다”면서도 쭈그리고 앉아 힘주는 존 레논을 떠올리게 한다. 발상만으로 오쿠다다운 소설이다.

홍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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