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광우병 사태를 촉발한 ‘한국인 광우병 취약’ 논문의 저자인 김용선 한림대 의대 교수는 자신의 논문이 일부 언론에 의해 과장 보도됐고 정치적으로 악용됐다고 주변 인사들에게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 교수는 4일 한림대 의대 학장 자격으로 핀란드의 헬싱키 의대 등과의 업무 협의를 위해 윤대원 한림대 이사장 등과 함께 핀란드로 출국했다.
6일 헬싱키 시내 호텔에서 만난 윤 이사장은 기자에게 “김 교수의 논문은 일부 미디어에 의해 부풀려졌고 이를 다시 정치권이 마녀사냥 식으로 악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김 교수는 이런 점 때문에 매우 곤혹스러워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김 교수가 지금 사태의 전면에 나서면 더 큰 희생자가 될 수 있다”며 “그럴 경우 그는 한국에서 살 수 없는 지경이 될 것 같아 내가 대신 (인터뷰에)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날 김 교수도 함께 만났으나 “할 말이 없다”며 언급을 피했다. 윤 이사장과 김 교수는 가톨릭 의대 선후배 관계다.
앞서 김 교수의 비서는 “(김 학장이) 언론이 논문 내용을 본인의 의사와 달리 과장되게 표현한 부분이 있어서 곤욕을 많이 치렀다”고 밝힌 바 있다. <본지 5월 5일자 1면>본지>
윤 이사장은 “이번 사태의 본질은 논문의 사실이 아니라 이를 정치적으로 악용하고 있는 것”이라며 “현재 한국에서는 이성적인 판단이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의 논문은 매우 전문적인 것이어서 학자도 함부로 해석하기 어렵다”며 “자의적인 해석은 매우 위험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특히 광우병 논란이 미국산 쇠고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는 데 대해 우려했다. 그는 “이는 정치적인 이유인 것 같고, 실제 문제는 유럽산 쇠고기”라고 말했다. “광우병에 걸린 것으로 드러난 미국 소는 세 마리에 불과한 데다 이들 모두 미국 밖에서 감염됐다”는 것이다.
그는 이어 “김 교수는 미국에서 광우병을 연구하던 시절이나 지금도 미국산 쇠고기를 즐겨 먹는다”며 “그 정도면 김 교수의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개인적 견해를 알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김 교수는 자신의 논문에서 밝힌 광우병의 위험성을 적극 알리지 않았다는 이유로 ‘분뇨 테러’까지 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광우병 논란 사태가 불거진 후 몇몇 사람들이 집에 찾아와 욕설을 하며 동물 분뇨를 뿌렸다는 것이다.
윤 이사장은 “김 교수가 이로 인해 노이로제 증세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윤 이사장 등은 이날 오전 헬싱키 의대 관계자들을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이후 유럽의 다른 대학을 더 둘러본 뒤 귀국할 예정이다.
헬싱키(핀란드)=전진배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