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효행상 정애순씨 “두 어머니 모시는 일 나에겐 큰 행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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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니와 친정어머니를 함께 모신 게 행복해요.”

전남 화순군 능주면에서 농사를 짓는 주부 정애순(55·사진)씨는 소문난 효부다. 어려운 살림에도 고령(93)으로 치매에 걸린 시어머니와 거동이 불편한 친정어머니를 동시에 모신 억척 며느리이자 딸이다. 23세 꽃다운 나이였던 1976년, 정씨는 광부로 일하던 남편과 결혼했다. 작은 초가집에서 시동생 두 명, 시어머니와 함께 살았지만 텃밭 하나 없어 살림이 너무 쪼들렸다. 시집온 뒤 얼마 안 돼 남편이 직장을 잃자 생계까지 책임져야 했다. 날품팔이·포장마차·얼음장사 등 안 해 본 일이 없다. 악착같이 모은 돈으로 농지를 사 1990년에는 2000평 규모의 비닐하우스를 마련했다.

식구도 줄줄이 늘어 딸만 일곱을 뒀다. 1년 내내 토마토·오이·고추를 재배해 생계 걱정은 덜었지만 2000년 인근에 혼자 살던 친정어머니가 노환으로 앓아 누웠다. 시어머니도 모시기 어려운 터에 셋째 딸인 정씨는 친정어머니를 집으로 모셨다. ‘한 지붕 두 어머니’ 가족이 된 것이다. 새벽같이 일어나 농사일을 하면서도 두 어머니의 세 끼 식사를 꼬박꼬박 차리고, 말동무를 해주고, 대소변을 받아내고, 목욕을 시켜야 했다. 친정어머니는 2년간 함께 살다 2001년 말 돌아가셨다.

그 무렵 시어머니에게 치매가 왔다. 30년 이상을 모신 시어머니가 정신을 놓아 더 힘들어졌지만 내색하지 않는다.

“더 잘해 드려야 하는데 늘 죄송할 뿐이에요.”

일곱 딸에게는 ‘효도’에 대해 가르칠 필요가 없었다. 정씨는 “어릴 적부터 효를 보고 자란 일곱 딸이 서로 모시겠다고 해 노후 걱정이 없다”며 밝게 웃었다.

보건복지가족부는 8일 36회 어버이날을 맞아 정씨를 효행자로 선정하고 국민훈장 동백장을 수여한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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