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권리와 경제 자유 발전시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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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미트리 메드베데프 신임 러시아 대통령이 7일 하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취임식장인 모스크바 크렘린 대궁전으로 입장하고 있다. [모스크바 AP=연합뉴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43)가 7일 제5대 러시아 대통령에 공식 취임했다. 메드베데프는 이날 모스크바 크렘린궁에서 열린 취임식 연설에서 “시민의 권리와 경제의 자유를 확대하고, 국제무대에서 러시아의 역할을 강화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말했다. 교수·변호사 출신인 그는 “국가 발전을 방해하는 법에 대한 냉소주의를 극복하고 진정으로 법을 존중하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드베데프는 26세에 황제에 오른 제정 러시아 마지막 황제 니콜라이 2세 이후 가장 젊은 러시아 지도자가 됐다. 또 그의 취임으로 러시아에서 현직 대통령이 선거로 선출된 후임자에게 권력을 넘겨주는 새로운 역사가 열렸다. 블라디미르 푸틴 전 대통령은 2000년 보리스 옐친 초대 러시아 대통령이 두 번째 임기를 몇 개월 남겨 둔 상태에서 건강을 이유로 사임한 후 대통령직을 물려받았다.

푸틴은 퇴임 연설에서 “내가 채택한 국가 발전 노선을 후임자가 이어 나가는 것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드베데프는 취임 직후 곧바로 푸틴을 총리로 지명했다고 인테르팍스 통신 등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의회는 8일 총리 임명 동의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푸틴은 임기 말에 대통령령으로 총리 권한을 대폭 강화하는 조치를 취했다. 주지사들이 총리실에 업무 성과 보고를 하도록 바꾼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까지는 대통령 행정실에 보고했다. 대통령은 주지사에 대한 총리의 업무 평가를 근거로 이들의 임기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때문에 사실상 총리가 지방 통제권을 갖게 됐다. 푸틴은 퇴임과 동시에 여당인 ‘통합 러시아당’의 의장에도 공식 취임한다. 통합 러시아당은 지난달 중순 전당대회에서 푸틴을 의장에 선출했다.

이날 취임식은 제정 러시아 시절 황제의 모스크바 관저로 사용되던 크렘린 대궁전의 안드레옙스키 홀에서 열렸다. 상·하원 의장을 비롯한 주요 정치인, 종교인, 언론인, 주러 외교사절 등 2500여 명이 참석했다. 취임식은 퇴임하는 푸틴의 연설로 먼저 시작됐다. 뒤이어 메드베데프의 취임 선서와 연설이 이어졌고, 30발의 축포가 울려 퍼지는 가운데 끝났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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