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29%로 떨어진 지지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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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29%로 떨어졌다는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집권 70일 만의 추락으로는 충격적이다. 김영삼 대통령은 과감한 개혁으로 취임 100일 지지율이 80%를 넘었다. 김대중 대통령은 집권 후 6개월 동안 70%대를 유지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집권 70일 무렵 60% 전후를 지켰다. 이 대통령은 전임자 3인보다 월등히 큰 격차로 2위 후보를 누르고 대통령이 되었다. 정상적이라면 전임자 3인보다 지지율이 높아야 한다. 한나라당 지지율도 대선 때(50% 내외)에 비해 많이 떨어져 35%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29% 지지율은 ‘광우병 불안 광풍(狂風)’이 영향을 미친 것 같다. 미신에 가까운 허위 정보에 자극받은 이들이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감정적으로 철회한 부분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를 고려해도 전체적으로 지지율 추락은 폭이 크고 속도가 빠르다.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것이다. 돌이켜 보면 인수위 과속(過速)→부실 내각 인선→한나라당 공천 파동→박근혜 포용 실패→청와대비서실 인선 하자→정책 혼선이 이어졌다. 국내외의 악화되는 경제환경으로 장밋빛 성장률은 자꾸 퇴색하고 있다.

지지율에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다. 지지율이란 변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지율은 대통령이 스스로를 점검할 수 있는 국정 거울이 될 수 있다. 지금의 상태는 결코 건강한 것이 아니다. 가장 활기차야 할 집권 초기가 이런 정도니 앞으로 국정 동력을 어디서 찾아야 할지 답답하다. 왜 국민의 마음이 돌아서고 있는지에 대해 허심탄회한 반성이 먼저 있어야 한다. 지나친 자기 확신, 신중하지 못한 인사(人事), 라이벌 세력에 대한 포용 부족, 미흡한 대(對) 국민 설득력, ‘예스맨’들의 포진, 일부 핵심 인사를 둘러싼 잡음…. 이런 현상들을 직시할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 정부와 여당도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 이제부터라도 정권의 쇄신을 각오하면 지지율 29%는 오히려 보약이 될 수 있다. 지금이 시작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인생에서 위기를 기회로 만들어 오지 않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