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류 낚시의 명소 간성 북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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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세상에서 발 빠르고 귀 밝기로는 낚시인보다 더한 사람이 없을것이다.어디에서 무슨 고기가 잘 낚인다는 소리만 들으면 당장 낚싯대를 메고 「물고기를 향한 행진」이 시작된다.참으로 귀도 밝고 발도 빠른 사람들이다.
진실로 발이 빠르고 귀가 밝은 낚시인이 있다면 지금쯤은 벌써가을의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하고 가을을 찾아 나서야 한다.
일본의 낚시글 대가가 아주 오래전에 「낚시춘추(釣春秋)」라는 유명한 글을 발표한 일이 있다.낚시는 봄과 가을 이 최고라는 내용이다.
계류와 강,그리고 호수와 바다 어디를 가나 「입질 좋고 씨알좋고 손맛 좋은」고기들이 많다.
고기를 잡으러 강으로 갈까요 바다로 갈까요 하는 동요가 있지만,나는 고기를 낚으러 가끔 산으로 가자고 한다.산속에는 산간계류에 사는 고기들이 있다.그 고기를 낚으려면 강이나 호수.바다로 가는 것이 아니라 산으로 가야하고 그 대표 적인 곳이 설악이 있는 간성의 북천이다.
강원도 인제에서 한계령쪽의 길을 버리고 진부령쪽의 길을 택해고개를 넘으면 오른쪽 숲속에서 콸콸거리는 폭포소리가 들려온다.
바로 북천의 상류다.산이 크고 골이 깊어 혼자 들어가면 으스스하기도 하고,계류를 따라 하류로 내려가면서 도처 에 토종 곤들매기류들이 서식하던 곳이 이어진다.
곤들매기류의 순종(純種)을 낚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이나 어렵다.강원도 산천을 훨훨 날던 토종벌들이 다 죽어가고 양벌들의 판이 된 것처럼 「한국특산 토종 곤들매기류」들은 수입 잡종인 소위 「산천어」에 자리를 내어준지 오래되어 지금은 어느 뫼 어느 산골,어느 계류에 몇마리나 남아있는지 모른다.
돌 하나,나무 하나,꽃 하나,풀 하나,아름답지 않은 것이 없다.낚싯대 하나 달랑 들고 망태를 허리춤에 찬다.미끄럼을 방지하기 위한 계류화를 신고 귓가를 간지럽히는 찌르레기 소리를 들으며 천천히 계류에 접근한다.설악의 맑고 깨끗한 물로 여름 내목욕한 바위들이 새하얀 속살을 드러내며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고있다.콸콸 흐르는 계류의 길목마다 옷 벗은 견우와 직녀처럼 아름답게 고기들이 춤을 추고 있다.
나뭇가지에 겨울 둥지를 틀고 있는 애벌레나 물속 돌틈에 살고있는 꼬내기를 잡아 미끼로 삼아 마음에 드는 바위에 신선처럼 걸터 앉아 살며시 낚싯대를 드리운다.편광 안경을 끼고 보면 물이 맑아 아름답고 앙칼진 고기들이 미끼를 향해 오는 모습이 보일 때가 있다.
낚시는 찬스다.때를 놓치지 말고 미끼를 살짝 움직여주어야 한다.고기는 미끼가 도망치는 줄 알고 재빨리 공격해와 물고늘어지는데 이런 찬스가 많아야 북천을 찾아온 덕을 톡톡히 보게 된다. 宋 祐〈한국견지낚시클럽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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