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룹스가 함께하는 커피 향 가득한 휴게실 만들기 <3>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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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월에 초등학교에 발령을 받은 새내기 교사입니다. 첫 부임지라 잘 하고 싶다는 의욕과 동시에 매일 아침 설레는 마음을 안고 출근합니다. 처음 한 달은 아이들 얼굴 익히랴, 수업 진행하랴 정말 정신 없이 보냈습니다. 두 달쯤 되니 서서히 주변 풍경이 눈에 들어오면서 어릴 적 다녔던 학교와 비슷하다는 정겨움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다만 나이가 들고 보니 예전엔 그리 커 보였던 운동장이 지금은 왜 그리 작게만 보이는지, 학창시절엔 들어가기 싫어했던 교무실이 이제는 업무 현장이라는 사실에 슬며시 웃음이 나기도 합니다.
 학교라는 이유로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유난히 춥고 더운 교실이야 그렇다 쳐도 길거리에도 흔한 커피 자판기를 찾을 수 없다는 점입니다. 커피 매니어에겐 곤혹스런 일이지요. 매주 월요일 전체 교무회의를 할 때도 티백 녹차와 일회용 커피가 덩그러니 각자 앞에 놓입니다. 커피를 좋아하는 선생님들은 많지만 모두 아이들 문제에 집중하느라 불만을 얘기하는 분은 없습니다. 다만 가끔씩 아쉬움이 남은 얼굴로 커피잔을 바라볼 뿐이죠. 비록 새내기 선생님이지만, 학교와 선생님들의 향긋한 회의시간을 위해 용기를 내어 사연을 올렸습니다. 커피 향 가득한 교무실을 꿈꾸면서 말이죠.
 뜻하지 않은 행운에 운동장에서 체육대회 연습에 한창이던 선생님들이 운동복 차림 그대로 크룹스의 전자동 에스프레소 머신 앞에 뛰어온 것을 보니 한달 동안 학교 안이 온통 에스프레소 향으로 가득 찰 것 같습니다.

-서울양명초등학교 강수연 (26·서울시 양천구 신정1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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