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때론 죽 쑨 펀드가 돈이 되더라”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60호 32면

“벌써 웬 하산?”
“한강 생각도 나고, 술 생각도 굴뚝 같더군요.” 서울 삼각지 옆의 사무실에 들어서자 딸기아빠가 환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요즘 주가처럼 얼굴이 밝다고 하자 “사실 너무 힘들었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가을에 시작된 하락장으로 고객 수익률이 땅에 떨어져 진화하느라 진땀을 뺐어요. 2001년 9·11 테러 때도 힘들었는데 이번 같진 않았거든요.” 제아무리 고수라도 시장의 위력 앞에선 한없이 작아진다는 소리다. “지금은 저점보다 20% 넘게 올라 그나마 한숨 돌린 상태예요.”

인터넷 스타 ‘딸기아빠’의 재테크론

회복기를 맞아 카페의 10만 투자자는 뭘 가장 고민하는지 궁금했다. 딸기아빠의 입에선 ‘환매’란 답이 주저 없이 나왔다. “지옥 문턱까지 갔다 온 투자자들이 최근 주가 회복을 맞아 ‘이참에 환매한 뒤 현금을 확보해 다른 기회를 노리자’는 욕구를 강하게 느끼고 있습니다.” 사실 이런 모습은 통계로도 나타난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코스피 지수가 1800 선을 넘자 국내 주식형 펀드를 중심으로 하루에 수백억원씩 슬금슬금 환매가 이뤄지고 있다.

환매를 저울질하는 이들에게 어떤 팁을 던지는지 물었다. “미래에셋의 디스커버리펀드 얘기를 많이 해요. 7년간 700% 넘는 수익률을 올렸지만 수만 명 가입자 중에서 이를 톡톡히 누린 사람은 소수지요. 시장의 짧은 기상도 변화를 ‘돋보기’로 들여다보면 공포감에 젖기 십상입니다.” 단기 변동성에 휘둘리면 “디스커버리 할아버지가 있어도 꿀맛 같은 열매를 누리지 못한다”며 아직 하산할 때가 아니라고 말린다는 것이다.

“경제가 단 1%라도 성장하고 주식시장 문이 열리는 한 주가는 오르지 않겠어요?” 농부론으로 유명한 미국의 투자가 로널드 뮬렌캠프를 떠올리게 하는 투자철학이다. 뮬렌캠프는 “변동성이 심할 때 주가가 얼마나 요동칠지 걱정하는 건 농부가 2월에 낟알이 얼마나 영글지 걱정하는 것과 같고, 스키 상점이 7월 매출에 신경 쓰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그렇다고 마냥 펀드를 들고 있는 것도 우둔한 행동이 아닐까. 사실 딸기아빠 카페를 가 보면 “지난해 가을 고점에서 절묘하게 환매해 짭짤하게 돈을 벌었다”는 무용담도 많다. 하지만 환매 시점을 시장 모멘텀에 따라 정하면 손실 위험도 그만큼 커진다.
그는 ‘시간의 힘’에 방점을 찍었다. “예컨대 중국펀드를 고점에 가입했다면 아직도 30~40% 손해고, 올해 저점에 들어갔다면 쏠쏠하게 이익을 봤겠지만 좀 더 인내해야 합니다. 주된 투자처인 홍콩 증시의 주가수익비율(PER)이 12배로 내려가 기업 실적에 비해 주가가 싸졌고 투자 매력이 커졌지 않습니까.”

그래도 베트남펀드 같은 상품은 영 회복 기미가 없는데 언제까지 들고 있어야 하느냐고 되물었다. 사실 베트남펀드는 3~5년으로 환매 제한 기간이 길어 장기 투자의 미덕만 믿고 기다리는 투자자가 많다. 이 대목에선 그도 한숨을 쉬었다. “외국인 투자가 제한돼 있고 시장 덩치가 작아 주가가 기를 펴지 못합니다. 해외펀드에 투자할 땐 한 펀드 내에서도 지역별로 분산투자를 하는 게 좋아요.”
 
“패자에 투자하세요”
딸기아빠는 “이름표부터 달라”고 두 번 세 번 되뇌었다. 집 사는 데 쓸 돈인지, 자녀 학자금인지, 노후 자금인지 못 박아두는 게 투자의 1계명이라는 것이다. 현실은 답답하다. 그는 이런 질문을 많이 받는다. “적금을 찾는데 목돈을 어떤 종목에 넣을까요.” “여윳돈 5000만원을 1년간 굴릴 펀드를 골라 주세요.” 딸기아빠는 이를 ‘재테크식 우문’이라고 부른다. 목표가 흐릿하니 투자의 계절을 보지 못하고 일간 기상예보에 흔들린다는 소리다.

“돈이 궁할수록 목표가 뚜렷한 ‘재무설계식 접근’이 필요하지요.” 딸기아빠는 투자자들이 흔히 빠지기 쉬운 ‘승자 선택의 오류’를 지적했다. “이미 물이 한창 오른 펀드에 씨를 뿌렸다가 뒷덜미를 잡힌 사례가 많아요.” 그의 회사 동료인 조한조 펀드애널리스트의 보고서에서도 입증된 사실이다. “지난 8년간 22개국 증시를 대상으로 투자했을 때, 전년도 수익률이 좋은 국가에 돈을 넣었다면 누적 수익률이 197%였지만 조정을 겪은 곳에 투자했다면 성적이 903%에 달했어요.” 되레 패자에 투자하는 역발상이 먹힐 수도 있다는 얘기다. ‘유행을 좇는 투자’의 위험을 경고한 말이기도 하다.

내친김에 좋은 펀드 고르는 법을 물어봤다. 펀드가 필수품이 됐지만 귀동냥에 의존해 가입하는 투자자도 적지 않다. 시장을 꿰뚫어 보는 천리안을 갖지 못했다면 “일단 규모가 큰 펀드를 고르라”고 딸기아빠는 권했다. 현재 판매 중인 펀드는 9700여 개에 이른다. “자투리 펀드는 새내기 펀드매니저에게 연습용으로 맡기곤 합니다. 일단 설정액이 1000억원 이상인 펀드를 고르고, 200억원 이하인 펀드는 피하는 게 좋아요.”
그는 베스트셀러론도 제기했다. 여러 판매사에서 취급하는 펀드는 검증됐을 확률이 크다는 소리다. 또 덩치 큰 회사의 펀드를 권했다. “등록된 자산운용사만 70개에 이릅니다. 운용사가 크면 대량 주문으로 비용이 줄고, 시장 흐름을 주도할 수도 있어요.” 미래에셋이 그 사례다.
 
“엘리베이터의 법칙 아세요?”
딸기아빠는 펀드·주식·주가연계증권(ELS) 등에서 관심 상품을 골라 달라는 물음에 펀드를 꼽았다. 특히 신흥국 펀드를 꼽았다. “다만 한 펀드에서도 대륙별로 분산하는 게 중요해요.” 개인적으로도 동유럽·중동·아프리카에 투자하는 EMEA펀드에 돈을 넣고 있었다. 올 초 중앙SUNDAY의 부자 1만 명 조사에서 거액 자산가들이 피한지로 꼽은 펀드다.

그는 두 딸 앞으로는 브릭스 펀드를 월 15만원씩 넣어주고 있다. 어린이 펀드가 세제 혜택도 없고 수익률도 별로여서 분산형 주식형 펀드를 대안으로 골랐다고 했다. 이쯤 되면 딸기아빠가 분산이란 화두에 얼마나 무게를 두는지 짐작이 간다.
그는 분산투자를 ‘엘리베이터 버팀줄’ 이론으로 설명했다. “지난해 12월 1년간 펀드 수익률을 점검해 봤죠. 중국펀드는 평균 52%, 브릭스 펀드는 46%였어요. 중국이 이긴 거죠.”

그러나 지난해 가을 급락기 이후 중국펀드가 죽을 쑨 데 비해 브릭스는 브라질·러시아 등의 수성에 힘입어 상대적으로 선방했다.
딸기아빠는 “브릭스 펀드는 4개의 안전줄이 달린 엘리베이터인 데 비해 중국펀드는 1개의 줄에 위태롭게 의존했다”고 했다. “소금장수 형은 해가 뜰 때, 우산장수 동생은 비가 올 때 돈을 벌었지만 둘이 한 집에서 살았다면 가족은 매일 돈을 번 셈 아니냐”는 것이다.

중·고생도 “펀드 골라주세요”
조선대를 졸업하고 1995년 입사한 딸기아빠는 97년부터 사이버 공간에 둥지를 틀었다. 당시엔 증권사들이 리서치 자료를 고객에게 제대로 제공하지 않았다. “법인영업팀이 기관투자가들에 먼저 보여주고, 다음날 행낭으로 객장에 비치하는 느림보 시스템이었지요.” 일반인은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시장의 약자일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최대한 정보를 빨리 공유하는 방법으로 떠올린 게 사이버 세상이었다. “처음엔 PC통신으로 시작하다 홈페이지 만드는 법을 익혀 사이트를 직접 만들었어요. 2005년부터 펀드 바람이 불면서 회원 수가 크게 늘자 관리가 어려워 지금 카페로 옮겼고요.” 회원이 늘면서 콘텐트도 점점 자가발전을 하고 있다. 실제로 글을 읽어보면 숨은 고수도 많다.

요즘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어린이 펀드에도 관심이 쏟아진다. 그의 카페에도 중·고생 회원이 많다. TV와 신문에서 펀드 얘기를 보고 용돈 굴리는 법을 묻는다. “일단 ‘생각은 가상하다’고 달래면서 말리고 부모님과 상의해 펀드 투자를 하라고 일러줍니다. 예컨대 자녀가 1만원 모으면 부모가 1만원 보태 펀드에 넣는 식이지요.” 다만 그는 “일부 재테크 카페나 사이트가 영업을 위해 변칙 활용되는 사례도 있어요. 오프라인 모임을 통해 보험상품을 팔다가 산통 깨진 카페도 여럿이에요”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정보에 뒤지지 않고 돈도 벌려면 인터넷 카페든 증권사 지점이든 결국 몸을 피곤하게 만드는 게 첩경이라고 딸기아빠는 강조했다.
“‘1% 포인트의 금리 차이’에도 민감하고, 발품을 팔아 끝내 그 차이를 자기 것으로 만듭니다. 이게 제가 관찰한 1급 부자들의 습성이에요.”


카페 회원들의 말말말

펀드ㆍ보험ㆍ청약에 넣는 돈은 월급의 75%로 잡고 다 이체되게 했다. 계산은 체크카드 2장으로 한다. 현금 갖고 다니면 더 쓰게 되고 어디에 썼는지 파악도 안 된다. (몽이)

행복은 남과 비교할 때 저만큼 멀어진다. 나보다 훨씬 좋은 수익을 올린 사람도 많다. 그러나 연초 세운 목표치보다 높은 수익률을 거둔 것에 만족한다.(야미)

HTS 프로그램을 돌려 놓으면 빨간 화살표들이 옷을 홀딱 벗고 유혹한다. 펀드로 착실한 꿈을 이뤄 나가라. 주식은 타짜라는 영화와 똑같다. 외국인과 기관 같은 선수들이 돈을 번다.
(졸리네)

보험을 대수술하면서 가입상품이 로또라는 걸 알게 됐다. 그 병에 걸리면 대박이요, 다른 병에 걸리면 쪽박이었다. 주계약을 축소하면 보장범위를 늘려도 보험료를 줄일 수 있다. 남는 돈으로 펀드를 더 들련다.
(광야)

솔직히 아주 큰돈은 아니지만 투자를 하겠다는 마음으로 행동으로 옮기면 콩고물이라도 떨어지더라 .(ktwo29)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