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생들, 학교서 음란물 흉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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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대구의 한 초등학교에서 초·중학생이 초등 여학생을 집단 성폭행하고, 고학년 남학생들이 후배 남학생들에게 음란물을 흉내내 집단적으로 성추행해온 사실이 밝혀졌다.

대구 서부경찰서는 대구 모 초등교 출신 중학생 A군(13)과 이 초등학교 학생 B군(12) 등 11명이 같은 학교 여학생 6∼8명을 성폭행 및 추행한 사건을 조사하고 있다고 30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군 등 중학생 4명은 21일 오후 5시쯤 인근 중학교 뒤 잔디밭에서 후배인 B군 등에게 “여자친구 1명씩을 데려오라”고 시켜 이들을 따라온 여학생들을 성폭행 및 추행했다는 것이다. 이들 초·중학생은 촉법소년(12~14세 미만)에 해당돼 형사처벌 대신 보호처분을 받을 전망이다.

이 학교에서는 지난해부터 수십 명의 학생이 동성 간 성추행에 연루됐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전교조 대구지부 등 대구지역 18개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학교 폭력 및 성폭력 예방과 치유 대책위’에 따르면 지난해 고학년 남학생들이 저학년 남학생들을 상대로 특정 부위를 만지는 등 갖가지 성폭력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다.

대책위는 3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고 “이 학교 교사가 지난해 11월 이 사실을 알고 교장·교감으로 구성된 학교기획위원회에 보고했으나 교장 및 교육청은 미흡하게 대처했다”고 주장했다. 가해 학생들은 대부분 부모가 없는 시간에 인터넷과 케이블 방송 등에서 음란물을 본 뒤 이를 흉내내 이런 행동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황선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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