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발기부전, 남녀 모두에게 좌절감 심어줘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남편이 달라졌다부부에게 섹스는 단순한 사랑의 교감일까. 그렇지 않다. 성(性)활동은 심신의 건강을 확실하게 보여주는 건강진단서이며 행복의 보증수표와 같다. 섹스는 실제 노화를 억제하고, 면역력을 높여주며, 긴장감과 우울증의 치료제이기도 하다.

  하지만 실제 우리나라 부부의 섹스 횟수는 다른 나라 부부에 비해 초라하다. 삶을 짓누르는 스트레스와 성인병의 증가, 섹스를 아직도 부끄럽게 생각하는 부정적 인식 탓이다. 특히 부부관계의 가장 큰 걸림돌인 발기부전 환자 수는 통계조차 잡히질 않는다. 미국 등 선진국의 경우엔 인구의 14%에 달하고, 40~70대에선 50%에 육박한다는 통계도 있다. 잠자리를 피하는 남편을 위한 발기부전 특집을 마련했다. 

◇섹스는 부부건강의 척도=섹스의 질과 양은 부부의 건강과 애정에 비례한다. 건강하지 못하면 섹스도 힘들고, 섹스가 없으면 부부의 감정도 덤덤해진다. 섹스와 삶의 질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외국의 한 연구( 60세 이하 1300명 대상)에서 ‘매우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은 남성 79%, 여성은 66%에 이르렀다. 활발한 성생활이 건강에 건강 유지에 중요하다고 답한 사람도 85%(40~49세), 81%(50~59세)나 됐다.

건강한 사람이 섹스를 즐기지만 섹스 자체가 신체 건강에도 도움을 준다. 미국의 한 조사에서 섹스행위를 한 여성은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혈압반응이 훨씬 우수했다. 정기적인 성관계를 갖는 것이 여성의 혈압 안정에 큰 도움이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발기부전과 같은 남성의 성트러블은 여성에게 매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었다. 배우자의 발기부전을 경험한 271명을 조사한 외국 연구에선 ‘좌절감’을 느낀 여성은 39명, ‘무력해진다’ 31명, ‘내가 매력적이지 않다’고 느낀 여성은 29명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도 염려스럽다, 우울하다, 거부당했다는 등 다양한 부정적 감정을 나타냈다.

또 여성들은 배우자의 발기부전으로 섹스의 횟수가 줄고, 성욕·흥분·오르가슴 같은 감정도 남성과 같이 크게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발기부전은 왜=남성의 발기는 감각·뇌신경·호르몬·음경해면체·혈관의 합작품이다. 따라서 같은 발기부전이라도 원인은 다양하다.

중년 이후 성에 대한 욕구는 물론 발기력·지속 시간·강직도 모두 떨어진다면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의 저하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 성욕이 강한 남성의 혈중 남성호르몬 수치는 성행위 빈도가 낮은 남성에 비해 높다. 이는 정력이 남성호르몬의 감소와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의미한다.

다음은 혈관의 탄력성 저하. 발기는 음경해면체라는 혈관 덩어리에 혈액을 가득 채우는 것이다. 마치 실린더에 물을 채우고 입구를 닫아버리는 원리다. 하지만 나이가 들어 혈관에 노폐물이 쌓이면 혈액 유입이 원활하지 않아 발기력이 떨어진다. 혈액이 끈적끈적한 당뇨병 환자나 고혈압 환자, 흡연자의 발기부전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여기에 자물쇠가 되는 밸브가 고장나 기껏 모아놓은 혈액을 흘려보내 발기력을 떨어뜨린다.

정신·정서적 요인도 발기장애를 일으킨다. 심리적 요인으로 흥분하지 않거나, 섹스 행위를 지시하는 발기중추가 고장 나면 처음부터 발기 신호를 보내지 않아 실패한다. 우울증이나 극심한 스트레스, 불안감, 뇌 혹은 척수신경 수술 등이 주범이다.

◇발기부전 치료는=발기부전도 원인에 따라 치료해야 만족도가 높다. 남성호르몬이 부족한 사람들에겐 남성호르몬 보충요법이 효과적이다. 대상자는 혈액검사에서 호르몬 수치가 2.5ng/mL인 사람들. 2.5∼3.5ng/mL에 속한 사람은 여러 가지 증상을 종합해 의사가 결정한다.

음경혈관이 망가져 혈액 유입이 어려운 사람에겐 여전히 보형물이 마지막 대안이다. 실린더형인 보형물은 음경의 혈액 유입을 모방해 만들어졌다. 스위치를 넣으면 실린더에 물이 고여 발기가 되는 식이다.

혈관확장 주사가 유효한 발기부전 환자들도 있다. 섹스를 하기 전 혈관확장제를 주입하는 것으로 주사에 대한 두려움과 불편함이 단점이지만 효과는 좋은 편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발기부전은 비아그라 이후 쏟아져 나오는 먹는 치료제가 성공적인 섹스를 도와준다. 원리는 음경해면체를 이완시키는 PDE5 효소를 차단, 발기능력을 강화 또는 유지하게 도와주는 것이다. 지금까지 나온 발기부전 치료제는 원리는 같지만 작용기전은 조금씩 다르다. 합성물의 화학구조 식에 차이가 있기 때문. 따라서 개인에 맞는 치료제를 선택하는 것이 만족도를 높이는 길이다.

고종관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