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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제원의 캘리포니아 골프 ④ 남자는 비거리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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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호 26면

‘장타’는 모든 골퍼의 꿈이요, 목표다. 특히 남자들은 더하다. 오죽하면 ‘남자는 비거리다’라는 광고 카피까지 나왔을까(샷 거리가 바른 표현이지만 일상 생활에선 비(飛)거리란 말이 더 널리 쓰인다).
지난해 이맘때쯤 미국 캘리포니아주 골프스쿨(PGCC)에서 연수 중이던 필자는 골프강사인 잭 밀러를 찾아갔다.

“미스터 정, 무슨 일인가요.”
“거리를 늘리고 싶습니다.”
“거리라…. 드라이브샷 거리가 얼마나 되는데?”
필자는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글쎄요, 220~230야드쯤? 그것도 잘 맞으면….”
“그래? 그럼 샷을 한번 해보시지.”

드라이빙 레인지에 선 필자는 힘차게 드라이버를 휘둘렀다. 마음 속으로 ‘10야드만 더, 10야드만 더’를 외치며 공을 쳐댔지만 떨어지는 위치는 항상 비슷했다.
머리가 희끗희끗한 베테랑 강사 밀러는 입을 꾹 다문 채 필자의 샷을 지켜보더니 심드렁하게 말했다.
“뭐, 그 정도면 괜찮은데 그래. 거리는 늘려서 뭐하게. PGA투어 프로가 될 생각이 아니라면 말야.”

너무도 무성의한(것 같은) 답변에 속으로 부아가 치밀어 오르는 걸 꾹 참았다. ‘겨우 이런 대답을 들으려고 여기까지 찾아왔던가’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최대한 분노를 억누르면서 가까스로 입을 열었다.
“아니, 그래도 거리를 늘리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요.”
그제야 밀러는 비디오 화면을 보면서 잘못된 스윙 폼을 하나하나 지적해 나갔다.

“무엇보다도 다운 스윙을 하면서 코킹이 너무 일찍 풀린다. 소위 낚시질이라고 하는 거다. 이렇게 손목이 일찍 풀려가지고는 힘을 제대로 실을 수가 없다. 프로들은 최대한 오랫동안 코킹을 유지하다가 임팩트 직전 풀어준다. 이런 걸 ‘레이트 히트(late hit)’라고 부른다는 건 알겠지.”

비디오를 통해 보는 필자의 스윙 자세는 너무도 낯설었다. ‘저렇게 어색한 자세로 공을 때리는 사람이 과연 내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부끄러움을 숨기며 다시 질문을 던졌다.
“그럼, 스윙 폼을 교정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밀러는 단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했다.
“스윙을 바꾸고 싶다고? 아마 어려울걸. 같은 동작을 3만 번 이상 연습하지 않는다면 말이야.”
좌절감이 밀려왔다. 너무 직선적일 뿐 노 강사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었다. 그만큼 잘못된 스윙 습관은 고치기 어렵다는 걸 스스로 잘 알고 있었으니까 말이다.

“너무 실망할 필요는 없다. 270야드 이상을 가볍게 때려내는 사람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골퍼가 훨씬 더 많다. 샷 거리가 길면 유리한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거리가 골프의 전부는 아니다. 거리에 집착하기보다는 정확도에 신경 쓰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지금 이 순간에도 샷 거리 때문에 고민하는 아마추어 골퍼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남들은 250~260야드는 기본이라는데 나만 ‘짤순이’가 아닌가 하는 자괴감에 빠지는 경우 말이다. 그렇지만 좌절할 필요는 없다.

지난해 국내 한 골프장이 아마추어 골퍼 2만여 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남자 골퍼의 평균거리는 215야드였다. “쳤다 하면 300야드”란 말은 허풍으로 간주해도 무방하다. 한 가지 더. 2005년 미국골프재단(NGF)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남자 골퍼의 드라이브샷 평균거리는 200야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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