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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현실무시한 自動車 압력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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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국 통상대표부(USTR)가 한국을 자동차시장개방의 우선협상대상국으로 지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이런 전망은 미국정부가 한국과의 자동차시장개방 협상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슈퍼 301조를 발동할 것이라는 예측에 근거 를 두고 있다.그러나 결론부터 말한다면 지금으로서는 미국이 이런 초강경조치를 취할 타당한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우리의 생각이다.
미국의 통상압력은 근래들어 강도(强度)가 높아졌다.냉동식품의유통기간연장과 양담배의 동등대우를 한국정부로부터 얻어냈다.뒤이어 숨가쁘게 자동차시장개방압력을 가하고 있다.
설령 한국이 자동차시장을 더 열어야할 처지에 있다해도 이건 너무 심한 재촉이다.미국은 좀더 신중한 자세를 지켜야 한다.
미국은 현재 8% 수준인 한국의 자동차 수입관세를 미국수준인2.5%로 내리고 배기량(排氣量)별로 부과되는 특소세.자동차세.지하철공채등의 보유비용을 완화해 줄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관세인하에 관한 협상이라면 몰라도 자동차보유비용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던 한국의 독특한 국내사정을 도외시하는 요구는지나치다.보유.유지비용을 대형차가 더 물도록 짜놓은 것도 응능(應能)부담의 원리를 살린 한국의 독특한 현실인 것이다.세계무역기구(WTO)의 시장개방원칙을 존중하는 것도 좋지만 내정간섭적 요구는 곤란하다.
더구나 한국 자동차의 대미(對美)수출은 지금 급격히 줄고 있다.88년의 48만대가 94년에는 21만대로 줄고,금년 상반기에는 겨우 11만대를 유지했다.반면 미국차수입은 94년 33.
5%,올 상반기에 75%(1천2백71대)나 늘어났 다.
미국의 시장개방압력은 명분이 희박하다는 것이 숫자로 증명된다.아울러 미국상품 수입의 급증으로 한국의 대외무역수지적자의 주범은 일본이 아니고 미국으로 바뀌는 중이다.김영삼(金泳三)대통령도 얼마전 외지(外紙)와의 회견에서 대미무역적자 가 누증(累增)되고 있는 지금 미국이 통상압력을 가중시킬 명분이 없다고 지적한 바 있다.우리도 이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시장개방압력은 일본이나 중국처럼 어마어마한 대미 출초국(出超國)을 대상으로 해야 한다.정부는 미국이 현실을 존중하는 협상자세를 잃지 말도록 종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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