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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의 정치Q 정몽준 인터뷰] ④-<끝> "아버지와 나는 다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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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지분(11%) 포기하면 주가 떨어져 주주들에 피해”
■ “어떻게 최고위원을 공천탈락시키나? 당 공천에 문제”
■ “내가 불리하다는 반론 불구, 친박세력 복당 반대 안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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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와 나는 다르다. 선거에 무리하지 않을 것”

-대통령 당선 후의 문제도 있지만 선거 과정의 문제도 지적하는 이가 많습니다. 1992년 정주영 통일국민당 후보는 현대의 조직과 자금을 선거에 동원했습니다. 그래서 선거 후 현대는 사법조치를 당하지 않았습니까? 정 의원이 대선에 출마하면 현대중공업도 개입할 가능성이 있는 것 아닌가요?
“아버지와 저는 다릅니다. 아버지는 창업자인데 저는 회사를 물려받은 거지요. 그리고 아버지는 의욕이 많았고 시간에 쫓겨 그렇게 한 것입니다. 나는 국회의원을 20년이나 했기 때문에 선거에 무리하지 않아도 되는 지식과 경험이 있어요. 그리고 제가 회사 지분 11%를 갖고는 있지만 경영상의 직책은 아무 것도 없어요. 제가 회사에 무슨 영향을 미칠 것이며, 제가 원한다고 해서 회사가 움직이겠습니까? 저와 아버지가 다르다는 것을 현명한 국민은 다 아실 것입니다.”

-만약 재벌 회장이라는 것이 대선 출마에 장애가 된다면 지분을 포기할 수도 있습니까?
“그것은 신중하게 생각해야 할 문제입니다. 제가 포기한다고 하면 주가가 떨어질 것입니다. 그러면 나머지 89% 주주에게 피해를 주게 되죠. 그리고 경영권을 방어해야 한다는 측면도 있습니다. 그러나 사람이란 이성만이 아니라 감성도 있으니 무슨 일이 어떻게 일어날지는 알 수 없지요.”

미국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와 부인 멜린다는 빌&멜린다게이츠재단을 만들었다. 부부는 거액의 재산을 내놓았다. 2004년에는 주식배당금 33억5,000만 달러 전액을 기부했다. 투자자 워런 버핏은 2006년 전 재산의 85% 가까운 370억 달러를 게이츠재단에 기부했다.

100억 달러면 빈사 상태에 있는 북한경제를 재건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 못사는 나라 몇 개를 살리고 죽일 수 있는 돈을 개인이 내놓고 있다. 태평양 건너에서는 세계 최고 부자들이 서민은 상상할 수 없는 차원으로 재산을 환원하는 것이다.

재산이 3조 원이 넘는 정몽준 의원은 지금까지 자신의 돈으로 기부재단을 만든 적이 없다. 현대에는 아산재단이 있는데, 이는 정주영 회장이 만든 것이다. 정 의원은 한나라당에 입당한 후 지난 3월 초 공익법인을 만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2007년도 배당금 615억 원 중 세금을 제외한 521억 원의 30%가량에 해당하는 150억 원을 출연한다는 것이었다. 이름은 아산정책연구원(원장 한승주)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 헤리티지재단 같은 싱크탱크다. 동시에 정 의원 개인의 브레인으로도 활용될 것이다.

-지금까지 어려운 이들을 위한 복지재단을 만든 적은 없는 것 같습니다.
“현실적 측면이 있었어요. 제 재산은 거의 주식입니다. 함부로 처분할 수 없어요. 복지재단을 만들려면 막대한 현금이 있어야 하는데 현금이 별로 없었습니다. 이제 현대중공업 주가가 많이 올라 매년 배당금이 꽤 될 것 같습니다. 현금이 생기는 거죠. 그래서 재단을 만들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누구를 위한 재단입니까?
“동작을 선거운동 때 어느 중소기업을 방문했는데, 그곳에서 일하는 아줌마가 한 달에 120만 원을 받는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80만~90만 원이 두 자녀 학원비로 들어간다는 거예요. 아직도 우리나라에는 자녀를 중·고등학교에 보내는 데도 고생하는 사람이 많아요. 의욕은 있는데 공부하기 어려운 학생들이 많은 거지요. 양극화로 인한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교육입니다. 지금은 가난하지만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주어 신분 상승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거지요. 그래서 돈은 없는데 공부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돕는 재단을 만들고 싶습니다. 제가 1,000억 원 정도를 내고 다른 뜻있는 분들이 힘을 합쳐 주면 3년 내에 3,000억 원 정도의 재단으로 키우고 싶습니다.”

57세의 정몽준은 한국사회에서 어떤 존재일까? 그는 공동체 구성원에게 무슨 감동을 주었나? 그는 재벌가에서 훌륭한 체격에 좋은 머리까지 타고 태어났다. 다른 이에게는 없는 많은 것을 가지고 출발한 것이다.

감동의 정치인으로 자리매김할까?

엄격한 아버지 덕분에 그는 몇몇 재벌2세 같은 일탈도 없었다. 최고 일류 대학을 나와 외국에서 박사학위까지 받았다. 조선소를 물려받아 세계 1등으로 만들어 놓았다.

현대의 앞마당이라고는 하지만 울산 지역구에서 5번 당선됐고 서울로 올라와서도 이겼다. 축구협회장을 맡아 월드컵을 성공시켰고, 축구를 국민의 사랑 속에 집어넣었다. 2002년 후보 단일화와 단일화 철회라는 심각한 굴곡이 있었지만 외양만으로만 보면 그의 인생은 화려했다. 한국사회에 기여한 것도 많다.

그런데 이상하게 정몽준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허전함을 지울 수 없다. 많은 일을 한 것과 감동적 지도자라는 말은 다르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대학도 나오지 못하고 물려받아 키운 조선소도 없다. 키가 크지도 않고 미남도 아니다.

그러나 적어도 5년 전까지, 실패하기 전인 그 때 많은 국민이 그를 좋아했던 그 때, 그는 감동이 있는 지도자였다. 별로 가진 것이 없어 더 감동적이었던 사람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가장 낮은 곳에서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드라마틱한 감동이 있다. 흔히 정몽준에게는 브랜드가 없다고 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정 의원은 “국민통합21이라는 이름이 그랬듯 국민통합이 나의 브랜드”라고 말한다. 하지만 아직 와 닿지 않는다.

당내 세력싸움에서 이겨 당 대표가 돼도, 3,000억 원의 재단을 만들어도, 4년 후 7선이 돼도 감동이 없으면 진정한 지도자가 되기는 어렵다. 그는 감동이라는 골문에 골을 넣을 수 있을까?

김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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