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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자 서평] 문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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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혼男과 첩의 딸 이야기

◆ 누가 걸어간다(윤대녕 지음, 문학동네, 8800원)= 한국 사회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탐구해온 작가가 5년 만에 내놓은 창작집이다. 지난해 이효석 문학상을 받은 '찔레꽃 기념관' 등 여섯편의 중.단편을 엮었다. 표제작 '누가 걸어간다'는 이혼과 위암을 잊으려고 시골로 내려온 남자와 '첩의 딸'이라는 운명에 굴복한 학원 여강사의 얘기를 다뤘다.

*** 미군기지촌 고교생 초상

◆ 식스티 나인(무라카미 류 지음, 양억관 옮김, 작가정신, 8500원)= 전후 일본 사회에서 질풍노도의 시기를 보냈던 열일곱살 청춘의 초상화다. 미군 기지가 있던 작은 도시가 무대로, 반미를 외치면서도 그들의 문화와 스타에 열광하는 일본 고교생의 모습이 오늘날 한국의 10대와 크게 다르지 않다. 9년 전 출간됐으나 이번에 정식 계약을 하고 새로 펴냈다.

*** 방황하는 현대문명 응시

◆ 세상에 새로 온 꽃(윤재철 지음, 창비, 6000원)= 속도와 경쟁으로 무장한 이 시대를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물질의 압박, 균질화된 세상에서 자유로운 정신은 어떻게 되찾을까. 마음 편히 돌아갈 곳 없이 여기저기 방황하는 현대 문명의 이면을 차분하게 응시한 시집이다. 우리가 가야 할 집은 인디오의 '형형색색 제각각인 씨감자' 속에 있다고 노래한다.

*** 권력암투와 금지된 사랑

◆ 패밀리(마리오 푸조 지음, 캐럴 지노 완성, 하정희 옮김, 늘봄, 1만8500원)= 할리우드 걸작 영화 '대부' 시리즈로 유명한 작가가 15세기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대를 배경으로 권력의 암투와 금지된 사랑을 생생하게 그렸다. 이탈리아 최초의 거대한 범죄 집안이라 할 수 있는 보르지아가의 영욕을 자세하게 재연했다. 빠른 전개와 극적인 구성이 특징이다.

*** 다각도로 본 불의 이미지

◆ 불의 시학의 단편들(가스통 바슐라르 지음, 안보옥 옮김, 문학동네, 1만2000원)= 불에 관한 연구소다. 과학철학자이자 시인, 그리고 문학비평가로 유명한 저자가 불의 이미지를 고찰했다. 인간은 불과 마찬가지로 어떤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긴장 속에서 항상 생동하고 있다고 말한다. 특히 불의 역동성과 상승 의지를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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