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 중단은 벨 사령관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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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정상이 합의한 주한 미군 감축 계획 중단은 버웰 벨(사진) 주한 미군 사령관의 아이디어에서 나온 것이라고 워싱턴의 외교 소식통이 21일 밝혔다.

벨 사령관은 또 미국의 대외무기판매(FMS)에서 한국의 지위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수준으로 격상돼야 한다는 한국 정부의 입장을 적극 지지했다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미국 백악관 사정에 밝은 이 소식통은 “벨 사령관이 한국과 미국의 동맹을 강화하고 대북 전쟁 억지력을 차질 없이 유지하려면 주한 미군을 더 이상 줄여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가장 먼저 양국 정부에 주지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지 W 부시 대통령이 이명박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에서 먼저 주한 미군을 현재의 숫자(2만8500명)대로 유지하겠다고 밝힌 것은 로버트 게이츠 미 국방장관을 통해 이뤄진 벨 사령관의 건의가 합당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미 국방부는 2003년 한·미가 합의한 대로 올해 주한 미군 3500명을 감축하기로 하고, F-16 전투기 비행대대와 아파치 헬기 대대를 철수할 계획이었지만, 북한의 군사력을 잘 아는 벨 사령관은 이럴 경우 한·미 연합 방위력이 크게 약화할 것으로 보고 이명박 정부에 문제점을 알리고 부시 행정부엔 재검토를 건의했다”고 밝혔다. 이어 “노무현 정부 때 미8군 사령부 철수 가능성까지 언급했던 벨 사령관의 태도는 6월 퇴임을 앞두고 많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21일 일본 도쿄에서 청와대 기자단과 함께한 간담회에서 “연내에 감축하기로 했던 주한 미군 3500명 가운데 아파치 헬기 대대 등 미군의 핵심 공군인력이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고민하다 미 국방장관을 만났을 때 먼저 말을 꺼냈다”며 “그후 부시 대통령이 ‘양국 군사력에 큰 영향을 준다는 얘기를 들었다. 그러면 안되지 않느냐’며 우리 측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여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워싱턴=이상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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