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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폭등 부추기는‘경유 세금 폭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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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물가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세계 곳곳이 물가상승으로 걱정이다. 우리나라도 다른 어느 나라 못지않게 심각한 수준이다. 빵값, 우유값, 점심값, 교통비, 임대료 등이 줄줄이 가파르게 오르고 있다. 우리의 물가 불안정 원인을 따져보면 어쩔 수 없는 외부적 요인도 있겠다. 하지만 물가급등의 원인 중 하나는 ‘경유 세금 폭탄’에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국내총생산(GDP)에서 물류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약 12.4%다. 그리고 물류비 중 약 70%가 수송비용이다. 그러므로 우리나라에서 생산되는 물건 값 중에서 화물운송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7%라고 보면 된다. 화물차의 경우 수송비의 50%가 연료비라고 하니 결국 물건 값의 4.4%가 경유값에 영향을 받고 있는 셈이다.

2000년부터 지난해까지 유류세 변동 추이를 보면, 휘발유에 부과된 세금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었지만 경유에 부과된 세금은 2배 이상 올랐다. 특히 ‘1차 에너지 세제 개편’이라는 명목 아래 휘발유값 대비 75% 수준으로 경유 세금을 대폭 올린 뒤에도 ‘2차 에너지 세제 개편’을 통해 임의로 경유값을 휘발유값의 85% 수준으로 정해놓고 경유 세금을 대폭 올렸다.

지금은 경유값이 천정부지로 올라, 과거 휘발유의 반값에 불과했던 경유가 휘발유값과 비슷한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경유차 운전자들은 경유 가격 불만에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물가폭등을 야기했다는 데 있다. 경유 세금 인상이 경유차 운전자뿐만 아니라 전 국민을 곤궁에 몰아넣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화물차에 경유를 쓰고 자가용 승용차에는 휘발유를 사용해 왔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화물차 중에도 휘발유 차가 있고 자가용 승용차에도 경유 차가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우리나라에서의 섣부른 경유 세금 인상은 곧바로 물류비용 상승과 물가폭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생산에 기여하는 화물차의 활동에 무거운 세금을 덧붙이는 것은 물가상승을 부추기는 일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서민이 소비하는 모든 재화가 운송과 무관하지 않듯이 물가를 구성하는 제품 가격 속에 경유값이 배어 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수입원자재 가격 상승과 환율불안의 불씨에 높은 세금의 기름을 부어 대형 화재로 키울까 봐 걱정이 크다.

총선 전후로 뉴타운공약에 의해 촉발된 강북의 집값 급등과 경기부양책에만 골몰하는 상황을 보고 정부와 여당이 인플레이션을 조장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낳고 있다. 지금과 같은 물가 불안정 속에서는 ‘경유 세금 인하’가 그나마 가격조절 기능을 할 수 있으리라 기대된다. 정부는 경유 세금을 인하해 주든지 ‘바우처’제도라도 도입하는 성의를 보여주어야 한다. 높디높은 경유 세금을 그대로 둔 채 물가안정 운운하는 것은 국민을 속이는 일이라 생각한다.

홍창의 관동대학교 경영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