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내년초 임기끝 美 聯準理의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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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4년전 미국의 조지 부시 前대통령은 美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앨런 그린스펀 의장(69)을 못마땅하게 여겼다.그러나 부시는 그린스펀의장을 재지명할 수밖에 없었다.더 나은 선택의 여지가 별로 없었기 때문이다.
오늘날 클린턴 대통령에게 있어서도 현재 장기집권중인 그린스펀의장이 별로 구미당기는 인물은 아니다.그러나 클린턴 대통령 역시 내년초 어느 시기엔가는 마지못해 공화당 출신의 그린스펀 의장을 다시 4년임기의 美중앙은행 수장으로 재지명 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FRB의장의 지명을 승인해주는 상원은 현재 공화당이 우세를 보이고 있으며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는 금융시장은 클린턴 대통령에게 별다른 선택의 기회를 주지 않고 있다.FRB의장으로서그린스펀의 현재 임기는 내년 3월 만료된다.
클린턴 대통령이 취임하던 3년전만 해도 클린턴과 그린스펀의 사이는 주위에서 놀랄정도로 좋았다.그린스펀 의장은 대통령이 취임하기전 클린턴의 고향인 아칸소州 리틀록에까지 비행기로 날아가축하인사를 했다.당시 그린스펀은 클린턴 신임 대 통령이 연방 재정적자 축소를 위한 노력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것으로 판단했다. 따라서 그는 자신이 공화당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공화당이 비판을 가하고 있는 클린턴 대통령의 세금인상을 통한 재정적자 삭감계획을 밀어 주었다.
그러던 두 사람 사이가 벌어지기 시작했다.
이유는 대통령이 FRB에 금리를 인하하라고 압력을 넣기 시작했다는 것.
재선을 노리고 있는 클린턴 진영엔 코앞으로 닥쳐온 선거를 의식해 금리인하를 통한 경기부양이 무엇보다 시급했다.
그러나 그린스펀은 백악관이 단기 경제성장에만 초점을 맞춰 현재의 인플레이션 조짐을 간과하고 있다고 여겨 클린턴의 주문을 외면하고 있다.
현재 美정가에선 그린스펀 의장이 지명권자인 클린턴의 눈밖에 난 상태지만 대통령은 지난 8년간의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 그보다 더 적임자를 찾기는 어렵다고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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