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부동산 가니? 난 홈쇼핑서 아파트 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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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케팅 문화의 중심축으로서 TV 홈쇼핑의 위상은 여전하다. 우후죽순 생겨나는 인터넷 쇼핑의 공세에도 위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상세한 정보를 하나하나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변함없는 인기의 비결로 분석되고 있다. TV홈쇼핑은 이러한 인기를 바탕으로 부동산·자동차 등 고가·이색상품 판매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안방서 모델하우스 요모조모 훑어
 지금까지 TV홈쇼핑에 등장한 부동산 상품은 3건. 2004년 현대홈쇼핑이 신제주 메르헨하우스로 첫 테이프를 끊은 후 주춤하더니 작년 12월 경남 아너스빌로 다시 부동산 시장을 두드렸다. 분양을 주제로 방송했지만 실상은 광고였다. 지면이나 CF로는 할 수 없는 자세한 정보를 전달하고, 고객의 반응을 확인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올해 2월에는 GS홈쇼핑이 우림건설의 상암동 카이저 팰리스를 선보였다. 1시간 동안 모델하우스에 방문한 것과 같은 상세한 설명이 TV를 통해 전해졌다. 소비자들의 반응은 기대이상. GS홈쇼핑으로 1300여 통의 상담 전화가 걸려왔다. 이 방송에서는 7억5000만원대 35평형에 관심이 몰렸다. 평소 하루 10팀 내외였던 모델하우스 방문객수도 방송 후 1주일간 평균 50팀으로 늘었다.
 TV홈쇼핑 방송에 의한 부동산 판매건수는 정확하게 측정하기 힘들다. 방송 중 전화로는 상담요청자 명단에 이름만 남기고 후에 모델하우스 방문을 통해 계약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TV홈쇼핑 방송 결과는 만족스럽다는 것이 건설사 측의 입장이다. 우림건설 분양사업팀의 김우식 부실장은 “방송을 통해 많은 정보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이 가장 큰 장점”이었다며 “분위기 조성이 중요한 주택분양에 있어 홈쇼핑은 충실한 역할을 해주었다”고 덧붙였다.

 수입차 아무 때고 시승 가능
 CJ홈쇼핑은 포드의 SUV 이스케이프를 TV판매대에 올렸다. 2003년 포드 몬데오의 광고형 방송이 있었지만 실제 판매목적의 수입차 방송은 처음이다. 방송 중 문의전화는 820건. 2003년 몬데오 방송 당시 100건에 비하면 괄목할 만한 성과다. CJ홈쇼핑은 수입차로선 비교적 가격대가 저렴하고 남녀 모두가 선호하는 SUV차량이었기 때문이라고 자체 분석한다.
 구매를 원할 경우 가계약금 20만원을 신용카드로 결제하면 자신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시승을 할 수 있었다. 시승 후 사지 않아도 가계약금은 돌려받는다. 이 방송을 통해 이스케이프를 시승한 김모씨는 “평소 관심이 있어도 전시장에 들어가기 어려웠는데 전화 한 통으로 내가 원하는 곳으로 차를 가져온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고 말했다. 홈쇼핑을 통해 하는 시승이라 마음이 편해져 좀 더 꼼꼼히 살펴 볼 수 있었다는 것. 다만 홈쇼핑사 기획상품이라 다른 혜택이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었는데 매장구입과 별 차이가 없었던 점은 아쉬웠다고 전했다.
이스케이프 방송에서는 주유권·24개월 리스 등 135만원에 상당하는 추가 패키지가 구성돼있었으나 그 동안 홈쇼핑사가 제공해온 어마어마한 보너스 상품에 길들여져 큰 혜택으로 느껴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홈쇼핑 방송에 출연했던 선인자동차의 손정수 팀장은 25콜을 배당받아 그 중 7대를 판매했다. 전체적으로도 홈쇼핑을 통한 판매율이 30% 정도지만 나중에 찾는 경우도 있어 앞으로도 추가 판매가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 A/S문제나 주변의 시선 등 수입차에 대한 선입견이 계약성사의 걸림돌로 작용했다”며 “하지만 TV홈쇼핑이 점차 수입차를 대중화시키는 데는 큰 몫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프리미엄 윤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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