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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변화, 되돌릴 시간이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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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50년 전만 하더라도 뉴욕 양키스 구장은 약 7만 석 규모였다. 만원 사태는 좀처럼 힘들었다. 1970년대 구장을 보수할 때 5만7000석으로 줄이자 대부분의 시합은 만석이 되었고, 입장권 값은 올랐다. 내년에 개장하는 새 구장은 좌석을 5만1800석으로 다시 줄인다. 만원을 의도한 좌석 축소는 수요를 증가시켜 입장료를 3배 이상 올릴 수 있게 한다. 구단주는 좌석의 희소성이 자신의 지갑을 풍성하게 한다는 것을 배운 것이다. 이로 인해 야구장은 서민들로서는 점점 들어가기 힘든 곳이 될 것이다.

현재 석유나 가스, 석탄 등 화석연료의 거대 업체들은 구시대적인 계략으로 전 지구를 속이려 들고 있다. 매장량을 과장해 대안 에너지의 공급을 막는 수법이다. 정부의 에너지 정보 관련 부서는 이들의 통계를 그대로 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대안에너지 개발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공급이 줄면 가격은 오른다. 일시적으로 판매량은 줄겠지만 업체들은 더 많은 돈을 벌게 될 것이다. 그들은 발굴 가능한 화석연료가 엄청나게 남아있다고 계속 강변하고 있다.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공식적인 매장량에 따라 생산량을 할당키로 결정하자 각국의 석유 매장량은 갑자기 두 배로 늘어났다. 석탄 매장량은 수십 년 전의 통계에 기반하고 있다. 최근의 연구는 채굴 가능한 석탄 매장량이 엄청나게 과장돼 있음을 보여준다. 미국에선 석탄이 향후 200년간 공급될 수 있다는 주장이 당연시되고 있지만 실제로 그런지는 미스터리다. 하지만 이런 추정이 거대 업체들엔 도움이 된다.

아무리 지구를 쥐어짜더라도 화석연료의 공급량은 한계가 있다. 깊은 바다 속까지 드릴을 박고 극한의 환경을 샅샅이 뒤지고 있는 엑손 모빌의 광고처럼 지구를 쥐어짜는 짓은 니코틴 중독자가 담배 한 갑을 사러 폭풍우를 뚫고 먼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은 미친 짓이다. 거대 업체들이 더 많은 화석연료를 찾아내기 위해 환경을 오염시키고, 화석연료 중독증을 더 심화시키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다. 지구는 그들만의 것이 아니다.

지구를 보존하려면 이산화탄소 농도를 현재 385ppm(100만㎥당 385㎥) 수준에서 350ppm까지로 줄여야 한다. 석유와 가스 매장량을 업체 주장대로 최대치로 잡으면 앞으로 이산화탄소 농도는 425ppm에 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채굴 가능한 석유의 절반 이상을 뽑아냈다고 가정한다면 400ppm 가까이로 줄어든다. 2030년까지 석탄 채굴을 단계적으로 줄이고, 국유지와 공공 해역에서 화석연료의 채굴을 막는다면 400ppm 이하로 낮추는 것도 가능하다. 이 문제에 대중이 영향력을 미칠 수 있지만 시간이 많지 않다. 기업체의 목소리는 강하지만, 아직 기후변화의 영향은 그들의 허위정보를 압도할 만큼 명백하게 드러나지 않고 있다.

우선 화력발전소 가동을 중지하고 추가적인 석유 채굴을 제한해야 한다. 한번 배출된 이산화탄소는 수 세기에 걸쳐 대기 중에 그대로 남기 때문이다. 농업을 지원하고 숲을 가꾼다면 대기 중 이산화탄소를 50ppm만큼 낮출 수 있다. 그러나 세계가 지금처럼 계속 나아간다면 어떤 일상의 노력도 소용없이 절망스러운 결과를 낳을 것이다.

우리는 빨리 화석연료에서 벗어나야 한다. 세계는 화석연료 무(無)배출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 화석연료 중독증 치료는 전 지구적 협력을 필요로 한다. 이산화탄소 주요 배출국인 선진 국가들이 배출을 중단하고 대안에너지 개발에 앞장서야 한다. 그것은 희생이 아니다. ‘녹색’ 일자리는 경제적 자극이 되고 노동자의 삶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현재 거대 업체에 맞서는 사람들은 너무 미약하고, 지구를 물려받은 다른 생명체들은 발언권도 투표권도 없다. 하지만 싸움을 어서 시작해야 한다. 지체할 시간이 없다.

짐 한센 미국 NASA 고다드우주연구소장
정리=원낙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