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核 규명의 결정적 단서-새로 드러난 北 地下核시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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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북한 핵개발의 실질적인 마지막 순서라고 할 수 있는「플루토늄가공및 핵폭탄 제조시설」로 추정되는 핵시설이 북한 묘향산 부근김단계곡에서 발견됐다.
이 시설은 아직 미스터리로 남아 있는 북한의「과거핵」부분을 밝힐 수 있는 결정적 단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큰 의미를 갖는다. 북한의「과거핵」이란 북한이 92년5월 국제원자력기구(IAEA)사찰을 받기 전까지 영변(寧邊)의 5㎿급 흑연감속형 원자로를 가동해 빼돌린 사용후 핵연료의 행방을 가리키는 말이다.
북한은 이 사용후 핵연료를 재처리해 플루토늄을 추출한 것으로보이며 美CIA는 북한이 추출한 플루토늄의 양을 핵탄두 1개를제조할 수있는 10㎏ 내외로 추정하고 있다.
핵개발 과정으로 보아 북한은 이 추출된 플루토늄을 핵폭탄에 사용할 수 있도록 가공하고 핵폭탄을 조립하는 단계를 꼭 거쳐야하나 아직까지 이 단계를 수행하는 시설은 파악되지 않았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핵시설은 모두 18개소 22개 시설로우라늄광산.정련공장.핵연료공장.원자로.재처리시설.연구시설 등이전부다. 새로 발견된 시설은「우라늄원광 채굴→정련→핵연료 가공→원자로 가동→사용후 핵연료 채취→재처리→(플루토늄 가공→핵탄두 조립)→핵실험」에 이르는 핵개발 과정에서 빼놓을 수 없는 필수시설이다.
핵전문가들은 북한이 플루토늄을 추출했을 것으로 추정되는 91년말까지 완공하기 위해 늦어도 88년 이전에는 이 시설을 착공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북한은 소량의 플루토늄으로 핵탄두를 만들기 때문에 미국등 핵보유국들과 달리 플루토늄 가공시설과 탄두제조장을 별도로 두지 않고 한 장소에서 작업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원자력연구소의 박종묵(朴鍾默)박사에 따르면 핵무기 제조시설에는 맹독성을 지닌 플루토늄 분말이 새나가지 않도록 하는 글로브박스와 핵탄두를 제작하는 작업장 및 핵폭탄 보관장 등이 필수적이며 이번에 발견된 시설에는 이런 것들이 한곳에 모여 있을 수있다고 밝혔다.
朴박사는 또 글로브박스 속에는 산화플루토늄(PuO2)에서 순수 플루토늄을 분리하는 화학장치,분말상태의 플루토늄을 핵탄두에조립할 수 있도록 양파껍질 모양의 금속플루토늄으로 만드는 압축장치,유리로 된 금속 플루토늄 보관용기 등이 들 어간다고 설명했다. 핵탄두를 제작하는 작업장에는 고도의 청정도가 유지되는 곳으로 핵탄두에 필요한 각종 장치를 제작.가공.조립하는 시설과기폭실험장 및 컴퓨터 모의실험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함께 제조된 핵폭탄을 조심스럽게 유지할 수 있는 보관장도인접해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이 시설의 공개요구는 북한이 92년5월 IAEA의 사찰을 받기 전까지 북한이 숨겨온 핵활동 전모가 드러날 수 있게 되며 北-美간에 맺은 제네바기본합의로 덮어둔 북한의「과거핵」부분 해명문제를 제기할 기회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 다.
金珉奭〈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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