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학 올림픽’ 7월에 열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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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언어학의 올림픽’으로 불리는 제18차 세계언어학자대회가 7월 21∼26일 서울 고려대 인촌기념관에서 열린다. 대회 주제는 ‘세계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 유네스코가 2008년을 ‘세계 언어의 해’로 정해 소수 언어를 보호하려는 노력과도 연결된다. 우리 사회에 급격히 부는 ‘영어 몰입교육’의 명암을 성찰해보는 계기도 된다.

세계언어학자대회는 네덜란드 헤이그에 본부를 둔 세계언어학자상임위원회(회장 페렌 키퍼 헝가리 사회과학원 교수)가 5년마다 각국을 돌며 주최한다. 세계 언어학계 최대 행사다. 서울대회는 한국언어학회(회장 홍재성 서울대 교수)가 주관한다. 아시아에서 일본에 이어 두 번째다. 1982년 도쿄대회 땐 일왕이 나와 축사를 했다. 첫 대회는 1928년 헤이그에서 열렸다.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이란 주제에는 세계 언어학자들의 현실적 고민이 담겨 있다. 다양성과 통일성은 의미가 배치된다. 언어의 다양성은 멸종 위기에 처한 소수 언어의 보호와 연관된다. 인류의 지적 자산인 다양한 언어들이 세계어인 영어에 밀려 사멸해 가는 과정을 안타까워하는 심정이 녹아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6000여 종의 언어가 전해지고 있지만 이 가운데 적정 수준의 사용 인구를 가진 언어는 많이 잡아야 100종을 넘지 않는다. 『사라져가는 목소리들』의 저자로 유명한 수잔 로메인(영국 옥스퍼드대) 교수가 주요 강연자로 초청돼 ‘언어 생태계’ 파괴 현황을 진단할 예정이다. 우리의 ‘영어 몰입교육’에 대한 과도한 강조가 초래할지도 모를 부작용에 대한 걱정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다.

하지만 언어의 다양성만 강조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커뮤니케이션의 도구로서 언어의 통일성도 모색해야 한다. 오늘날 그 핵심적 지위는 영어가 차지한다. 세계인과의 효율적 소통을 위한 영어의 중요성은 날로 더해진다. 언어의 통일성과 다양성의 교차로에 영어가 자리잡고 있다. 다양성과 통일성의 조화는 어떻게 가능할까. 세계 언어학자들의 고민이자 서울대회의 화두다.

서울대회에는 1500여 명의 학자들이 참여, 850여 편의 논문을 발표하고 토론할 예정이다. 언어학과 다른 학문의 접목도 주요 관심사다. 언어학과 디지털이 만난 전산언어학(computational linguistics)이 대표적이다. 세계적으로 주목 받는 자동번역 프로그램인 ‘피쉬’(FISH)의 성패도 전산언어학의 성취와 직결된다. 서울을 찾는 세계의 언어학자들은 한국의 첨단 디지털 기술이 언어학과 어떤 융합을 보일지에도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생물언어학·인지언어학·언어교육 등에 대한 논의도 예정돼 있다. 한국 학자들은 한글의 우수성을 세계에 널리 알리는 계기로 삼을 계획이다.

이번 대회에는 진 애이치슨 영국 옥스퍼드대 명예교수와 버나드 스폴스키 이스라엘 바일란대 명예교수를 비롯, 로렌스 혼(미국 예일대)·한스 우즈코레이트(독일 잘란트대)·에릭 라포르트(프랑스 파리대)·제임스 푸스테조브프키(미국 브랜다이스대) 교수 등이 참석한다.

배영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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