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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verStory] ‘쩐’모양처 시대 … 아줌마는 CEO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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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주부가 진화하고 있다. 단순 가사 노동자에서 가정의 최고경영자(CEO)로. 아이를 키우고 남편을 내조하는 보조적 역할에서 재테크와 자녀 교육 전문가로 변신하고 있다. 중산층 주부일수록 이런 현상이 더욱 뚜렷이 나타난다. 대홍기획 마케팅연구소는 20일 서울 중산층 주부들의 라이프 스타일 변화상을 담은 보고서를 펴냈다. 보고서는 서울 압구정동·대치동·목동·성북동·평창동·중계동과 경기도 분당의 주부 54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통해 작성됐다.

프랑스의 세계언어사전은 ‘아줌마(ajumma)’를 ‘집에서 살림하는 40대 이상의 여자로, 자녀를 다 키운 뒤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있어 높은 구매력을 가진 한국 특유의 집단’이라고 정의하고 있다. 하지만 대홍기획은 ‘도시 생활의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가는 신인류’로 재해석했다. 

◇재테크에 최대 관심=재테크냐 자녀교육이냐. 어느 하나도 포기할 수 없을 것 같은 두 가지를 놓고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을 때 중산층 주부들은 재테크를 택했다. 응답자의 57%가 ‘현명한 주부는 자녀 양육보다 재테크를 잘하는 것’이라고 답했다. 비율은 압구정동(72%)과 분당(63%)이 평균치를 크게 웃돌았다. 보고서는 “주부들의 가치관이 현모양처에서 ‘전모양처(錢母良妻)’로 바뀌고 있다”는 촌평을 달았다.

주부들이 가정 재테크의 주도권을 잡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다. 최숙희 대홍기획 부장은 “과거에는 근로소득(남편의 월급)으로 부를 쌓아갔다면 지금은 자본소득으로 부를 창출하는 시대가 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남편 월급을 투자 원본으로 삼아 적극적으로 수익을 내는 ‘패밀리 비즈니스’의 책임자가 됐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주부들은 정보를 수집하고, 발품을 팔아 재산을 증식하는 가정의 ‘재무 설계자’로 변모하고 있다고 최 부장은 말했다.

이번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34%가 본인 명의의 재산을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27%는 부부 공동 명의의 재산이 있다고 답했다. 응답자의 절반(49%)은 부동산으로 재테크를 한다고 말했다. 주식에 직접 투자(14%)하거나 펀드에 가입했다(15%)는 사람은 상대적으로 적었다.

◇남편 회사일 조언도=과거 아줌마는 ‘바깥양반’ 일에 끼어드는 것이 금기시됐다. 하지만 지금은 남편 회사 일을 조언하기도 한다. 신문과 인터넷으로 흡수하는 다양한 정보를 바탕으로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한다.

보고서는 중산층 부부 관계는 종속관계가 아닌 인생의 친구이자 동료 관계로 변화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남편과 친구의 합성어인 ‘허스 프렌드(Hus-friend)’라는 신조어도 제시했다.

그래도 많은 주부는 아이 교육이 주요 관심사라고 말했다. 대치동 주부 이모(37)씨도 “오전 7시 잠에서 깬 아이에게 영어회화 테이프를 틀어주는 것으로 하루가 시작된다”고 말했다. 아이를 학교에 보낸 뒤에는 또래 엄마들과 함께 주변 학원을 순례한다. 학원별 장점을 익히고 새 교과과정을 알아두기 위해서다. 아이가 학교에서 돌아오면 운전기사 겸 매니저로 변신한다. ‘키즈 매니지먼트’ 전문가로 불릴 만하다.

이들이 자녀 교육에 이렇게 공을 들이는 것은 자녀의 성공을 통해 사회로부터 인정받으려 하기 때문이다. 교육비가 소비 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3%로, 부채상환(37%)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주부들의 67%는 “엄마들의 모임은 단순한 수다가 아니라 정보 교환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아줌마의 수다에는 돈이 되는 정보가 많다”는 것이다.

글=박현영 기자, 그래픽=박용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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