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복기의 머니 콘서트]‘재건축 불패’ 끝났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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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8호 32면

얼마 전 이명박 대통령이 “복잡해도 재건축·재개발을 해야 한다”고 말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특히 그동안 잠잠했던 강남 재건축 아파트의 움직임에 촉각이 곤두서고 있다.

자영업자 최모(56·서울)씨는 최근 강남 A아파트 투자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다. 새 정부가 재건축 규제를 완화하면 투자 수익을 얻을 수 있으리라 기대한 것이다. 강남 A아파트는 재건축 아파트의 대명사로 통한다. 최근에는 입주자들이 전에 내놨던 매물을 다시 거둬들일 정도로 가격상승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최씨의 막연한 기대감을 듣고 필자는 몇 가지 이유로 제동을 걸었다. 첫째로 규제 완화가 기대를 밑돌 수도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재건축 규제의 고삐가 풀린다고 해도 입법 과정에서 상당한 시간과 진통이 따른다는 건 불 보듯 뻔하다.
또 규제를 풀어도 ‘주택시장 안정’을 전제로 내걸 가능성이 크다. 특히 ‘분양가 상한제’나 ‘개발이익 환수제’가 투자의 걸림돌이 될 공산이 크다.

둘째로 아파트에 따라 용적률 상향 조정의 효과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최씨가 투자를 고민하는 강남 A아파트도 이미 용적률이 높아 저층 아파트에 비해 용적률 상향 조정의 매력이 떨어진다. 특히 용적률 상향 조정만으로도 사업성이 나아지기는 하지만 소형 평형 의무비율 같은 다른 조건들이 어떻게 정리되느냐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 강남의 다른 랜드마크 아파트 시세가 주춤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주식투자 격언 중에서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보라’는 말이 있다. 시장 전체가 좋을 때 투자해야 성공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하지만 최근 부동산 시장은 미분양 사태와 강남 중소형 아파트의 시세 하락이 계속되고 있다. 단지 규제 완화에 대한 기대감으로 재건축 아파트만 꿈틀하고 있다. 주변 아파트 값이 하락세를 이어가는데, 재건축 아파트만 오름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의문이다. 2000년대 초만 해도 재건축 아파트에 투자해 믿기지 않을 정도의 높은 투자수익을 기록한 사례가 많았다.

필자가 아는 고객은 3억5000만원에 구입한 강남의 재건축 아파트가 현재는 10억원 넘게 거래된다며 좋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은 이런 꿈 같은 수익률을 기대하기엔 걸림돌이 너무 많다. 이미 재건축 기대감을 반영해 먹을 것이 없는 경우도 허다하다.

재건축 규제가 완화되고, 실제 사업으로 이어지려면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도 있다. 단기간의 시세차익보다 장기 투자나 내 집 마련 관점의 투자로 발상을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투자 원금도 너무나 커졌다. 어렵고 힘들게 모은 종자돈으로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뛰어들었다 눈물을 흘린 투자자도 적지 않았다는 사실을 되새길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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