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이민시대>5.입시지옥 없는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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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자녀교육은 이민 동기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한다.
교민들이 이민생활중 가장 큰 만족감을 표시하는 것도 교육이다.과외비 부담,왜곡된 교육환경과 입시지옥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교육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물론 『이대로 두면 대학에 못가겠으니 진학이 좀더 쉬운 곳으로 가자』『영어라도 배우게 하자』는 도피성 이민도 적지 않다.
캐나다.호주.뉴질랜드는 교육의 천국이라 할 수 있다.
고교까지는 한푼도 안드는 무상교육인데다 고액과외등 사교육비 부담이 없다.
교육내용은 주입식 강의 위주인 우리와 달리 개인의 적성과 창의력을 키우는 인간 위주의 실용적 교육이다.학생수는 한반에 국교는 20명,중.고교는 30명이하인데다 참여.토론식 수업으로 흥미를 유발한다.
현지인들의 진학열이 낮은 덕분에 대학 진학도 비교적 쉽다.폴리테크(뉴질랜드).테크니컬 칼리지(호주).공업전문대(캐나다)등직업기술학교도 잘 발달돼 있다.
『애들 공부하는 것을 보고 이민오길 잘했구나 하는 생각을 처음 했어요.이곳은 산 교육을 시켜요.』 캐나다 토론토의 박지연(38.여)씨는 국교 4학년인 아들의 과학전람회 발표를 예로 들었다.2개월의 준비기간 끝에 개인별로 마련한 부스에서 아들은브리핑 차트를 넘겨가며 학부모와 선생들 앞에서 화산에 관해 주제발표를 했다.신문지를 물풀에 적셔 만든 화산 모형속에는 빨간물을 넣어두었고 소다를 한술 넣자 빨간 거품이 끓어 올랐다.아이는 『이게 바로 용암이 넘치는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국민학교 학생들은 지식주입보다는 도서관 이용법.현장 견학.운동등 다양한 교양교육을 받는다.방과후에도 숙제 부담없이 자유롭다. 중.고교도 취미와 적성에 따라 자신이 과목을 선택해 듣는방식이고 주5일 수업이 오후3시면 모두 끝나 얼마든지 독서와 운동등 취미활동을 할 수 있다.
오클랜드로 3년전에 이민온 고교1년생 이상철(16)군은 『중.고교에선 사고력.창의력을 키우는 교육을 하는 것 같다.숙제도스스로 관심있는 연구과제를 정해 보고서를 내고 시험문제도 「당신의 경우는 어떻게 하겠는가」등으로 나오는 게 특색』이라고 말했다. 호주의 교육도 마찬가지지만 국교5학년때 시험으로 학생을선발하는 중.고과정의 실렉티브 하이스쿨(시험제의 명문학교)이 있는 점이 다르다.교육열 높은 교민들이 이들 학교를 선호하는 것은 물론이다.
높은 교육열 때문에 교민학생들의 성적은 우수한 편이다.캐나다의 월간지 『밴쿠버 선』 5월호는 한국인에 대해 『그들은 A를원하지 않는다.그들은 TOP(1등)을 원한다』는 기획기사를 실은 일도 있다.고교3년 한반 30명중 우등생 3 ~4명만이 대학에 갈 수 있는데 한국인 학생 2명중 1명은 이 속에 포함된다. 이민교육의 또 하나의 장점은 예능교육.
한국에 비해 훨씬 적은 비용으로 높은 수준의 교습을 받을 수있다. 캐나다 토론토大 부설 음악원 로열 콘서버토리 오브 뮤직(Royal Conservatory of Music)은 러시아출신의 유명 피아니스트 등 음악의 전분야에 걸쳐 수준높은 교수들이 포진한 것으로 유명하다.교수와 스케줄을 잡기가 쉽지 않아교습 신청후 길게는 1년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점이 흠이지만 30분에 30~50달러의 교습료로 1주일에 두차례,1년동안 계속배울 수 있다.이 음악원은 국민학생에서 고교생에 이르는 1천4백명의 한국학생들이 유학 또는 이민와 서 다니고 있을 정도로 인기다. 대학진학은 한국에 비해 훨씬 쉽다.
현지인들은 굳이 대학에 가려하지 않기 때문에 진학률이 10%안팎이다.
교민 자녀들의 대학진학률은 50% 정도로 추산된다.
교육에서도 교민들이 겪는 가장 큰 문제는 영어다.
국교생은 문제가 없고 중학생은 노력하면 된다.물론 영어 과외를 해야 한다.시간당 1만원 정도면 현지 선생을 모실 수 있다. 그러나 고등학생이 이민오면 언어 극복이 어렵고 가까스로 대학에 진학해도 중도탈락하기 쉽다.
또 한가지 문제는 대학공부.현지인의 대학졸업률은 60%정도고한인학생은 50%남짓하다.영어의 한계에다 공부를 열심히 하지 않기 때문이다.이들 나라는 올라갈수록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데 한국식으로 대학가서 해방감을 느끼니 「공부를 하 기로 작심한」현지인보다 뒤떨어지는 것이다.
***영어활용한 故國취업 바라 물론 어릴 때 이민와 제대로 공부해 전문직으로 진출한 경우도 적지 않다.캐나다 토론토의 경우 토론토大의 전.현직 한국인 교수만도 30여명이 된다.공인회계사 자격증을 받은 1.5세도 1백여명에 이르며 의사나 변호사는 그보다 많다.
그러나 이는 특수한 경우고 대학을 나와도 일자리가 마땅치 않은 경우가 많다.전문직이나 컴퓨터.기계공학 등의 엔지니어가 아닌 경우 취업이 어렵다.은행 출납계원이나 세일즈맨으로 취직할 수는 있으나 자영업을 하는 것보다 수입이 못하다.
이 때문에 영어가 오히려 장점이 되는 한국으로 돌아가 취업하고 싶어하는 대학생들도 상당수에 이른다.
〈李德寧.趙顯旭기자〉 인간답게 사는 세상 취직은 바늘구멍 사업도 쉽지 않다 조기은퇴한 「리치 코리안」들 입시지옥 없는 나라 이국땅의 애환 알고 떠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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