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비엔날레 의의와 전망-"미래지향"초첨 기존틀 탈피시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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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7면

광주공항에서 지산동 중외공원을 잇는 시외곽도로 가로변에는 광주비엔날레 개최를 알리는 각종 깃발과 휘장으로 뒤덮여있다.또 새로 세워진 시내의 주요 교통표지판에도 비엔날레 행사장 코스가표기돼있다.
비엔날레 개최라는 색다른 이미지업을 통해 국제도시로 발돋움하려는 광주시의 의지는 여러 면에서 비장함마저 느끼게 한다.
계획발표에서 개최까지 결코 충분치 않은 기간이었지만 광주시와대부분 시직원들로 구성된 조직위원회는 한국 특유의 정력적인 행정추진력을 발휘하고 있다.오는 9월20일 오전에 열릴 개막식 테이프 커팅이 성공적으로 치러질 것이라는데 의심 을 품는 사람은 없다.
간과하기 쉽지만 광주시는 어느 도시보다 많은 문화예술적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는 도시다.
시민들이 가진 예술 우위의 사고방식,전국 유일의 시립미술관 보유,그리고 중외공원내에 산재한 광주박물관.민속박물관.시민휴식공원 등.
그러나 이같은 준비와는 별개로 이 비엔날레가 무엇을 의미하는지,파급효과가 어떤 것인지를 대강이나마 짐작하는 사람들이 많지않다는 점이 광주시나 조직위의 고민이다.
이 점은 세계 3대 국제미술제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는 독일 카셀의 도쿠멘타가 시민들의 반발과 무관심 속에서 시작된 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정영식(丁榮植)조직위 사무총장도 『개최 준비와는 별도로 한편에서 시민들에게 비엔날레가 무엇인가를 홍보.교육하는 프로그램이진행중』이라며 어려움을 털어놓고 있다.
광주비엔날레가 여타 국제비엔날레와 달리 1백80여개에 이르는국내외 공연단을 초청해 한바탕 놀이마당을 열 계획을 세우게 된것도 이런 사정을 반영한 고육책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의 본전시와 특별전이 과연 어떻게 평가될 것인가 하는 점이야말로 이런 준비와 애로사항을 건너뛰어 사실상준비관계자들을 제일 초조하게 하는 대목이다.
더욱이 지난 2월 남아공화국이 흑백간의 화해를 기념하기 위해마련한 요하네스버그 비엔날레가 촉박한 준비기간,불투명한 주제 때문에 실패한 비엔날레로 판정받은 일도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광주비엔날레의 기본전략은 틈새전략이다.기존의 유명 비엔날레가소홀히 하거나 비켜간 틈을 비집고 들어가 신설 비엔날레로서의 아이덴티티를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이 전략을 표상하는 것이 국제적인 유망주,젊은작가들을 과감히대거 초대한 본전시다.
이는 베니스 비엔날레가 젊은작가들만 따로 초대해온 아페르토전을 올해 폐지한 것과 관련이 깊은데,이용우(李龍雨)전시본부장은『젊은작가들의 활력을 보여준다는 면에서 베니스 비엔날레보다 더관심을 끌 것』이라며 기대를 걸고 있다.
그러나 광주비엔날레 개막 직후인 10월초 열릴 이스탄불 비엔날레가 똑같이 젊은작가 중심의 본전시를 선보일 예정이어서 두 비엔날레를 놓고 우열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또 하나는 비엔날레 무용론이라는 근본적인 비판을 염두에 두면서 아울러 신설 비엔날레가 미래지향형이란 점을 보여주기 위해 채택한 전략이다.이는 백남준씨가 발의한 특별전 『정보예술전』에서 잘 나타난다.
그렇지만 광주비엔날레가 지니고 있는 약점의 하나는 「김건모나룰라의 콘서트에 지나치게 많은 트로트 가수가 초대된 것은 아닌가」하는 인상을 주고 있다는 점이다.
특별전 「문인화와 동양정신전」「한국현대미술의 오늘전」「한국근대미술속의 한국성전」,기념전 「지역작가 초대전」「한국근대화 명품전」이나 후원전「한국화의 동질성 회복전」「북한미술,공예품전」등에서 보듯 지역적 특성과 한국적 현실을 소개하는 전시가 지나치게 많은 점에서 그렇게 보인다.
그리고 광주 지역 작가 상당수가 초대받지 못했다는 이유로 비엔날레에 등을 돌리고 외면하고 있는 것도 평가에 영향을 미칠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光州=尹哲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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