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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리뷰>"송시감상대관" "뻬이따오의 시와시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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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중국의 옛시와 현대시를 비교 감상할 수 있는 책 두권이 나란히 출간되었다.
도서출판 까치에서 동양학시리즈로 펴낸 『송시감상대관(宋詩鑑賞大觀)』과 고려대 중국학 총서시리즈의 『뻬이따오의 시와 시론』(정우광 엮음.고려원 刊).
『송시감상대관』은 고려시대 우리 문학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음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당시(唐詩)에 비해 잘 알려지지 않았던 송시를 처음으로 묶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반면 마오쩌둥(毛澤東)사망후 중국신세대 문학의 기수로 떠오른뻬이따오(北島)의 작품을 묶은 『뻬이따오의 시와 시론』은 신세대 문학가들의 이데올로기.가치관등에 대한 회의와 갈등을 읽게 한다. 먼저 건양대의 김원중교수가 쓴 『송시감상대관』은 북송(北宋)에서 남송(南宋)에 이르기까지 대표적 시인의 시와 작품세계를 두루 살펴 송대 시작품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전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송시의 특징은 서정적 당시와는 달리 산문적 경향이 강하고 시인 대부분이 정치가여서 역사인식이 강하게 배어있다는 점이다.구양수(歐陽修)의 총애를 받고 소식(蘇軾)을 배출한 매요신(梅堯臣)의 『농부의 말(田家語)』이라는 제목의 시를 보자.
「누군가 농부의 즐거움을 말했지만/봄 세금을 가을에도 못내니/마을 아전들이 우리 집 문을 두드리며/밤낮으로 재촉하며 괴롭힌다/…절름발이 장님은 밭갈이할 수 없으니/죽음이 지척에 있다/내가 들은 일은 참으로 부끄럽구나/부질없이 임금 의 봉록만 축내는 놈들아!/귀거래사나 읊고/깊은 골짜기로 들어가 나무꾼이되련다」.
이 시는 시인이 하급지방관리였을 때인 1040년에 지은 것으로,민중과 가까이 생활하면서 사회의 모순과 백성들의 슬픔을 목격하고 비분강개한 마음을 그린 작품이다.이외에도 이 책에 실린대표적 시인으로는 임포(林逋).구양수.왕안석(王 安石).소식.
왕원량(汪元量)등이 눈에 띈다.
『뻬이따오의 시와 시론』은 현대 중국의 대표적 시인인 뻬이따오의 시세계를 조망할 수 있는 작품과 시론을 모은 책.70년대초에 창작활동을 시작한 뻬이따오는 1949년 이후에 씌어진 모든 문학을 부정하고 그를 대신■ 「대체문학」을 창조해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모든 것의 잣대가 되고 있는 현실에 염증을 느끼고 언어.이미지.구성등에서 파격을 시도하고 있는 그의 작품은 1979년 이후로 「몽롱시(朦朧詩)」라는 이름으로 불려진다. 이 때문에 그의 작품은 「지나치게 몽롱해 인민과 사회주의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기도 한다.올해 46세인뻬이따오는 1976년 천안문사건 직후부터 『천금(天今)』이라는잡지를 중심으로 「몽롱시」 형식을 확립했다.
그는 86년 미국을 방문한 뒤 지금까지 베를린.오슬로.스톡홀름 등지를 돌면서 시강연을 벌여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국제적 명성을 쌓았다.
鄭命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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