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정상외교 파트너 해부 ④ 푸틴 러시아 대통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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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은 가까운 시일 내에 러시아도 방문할 예정이다. 정확한 방문 일정은 아직 잡히지 않았지만 이르면 러시아의 차기 대통령으로 선출된 드미트리 메드베데프가 취임하는 다음 달 7일 직후가 될 가능성도 있다. 아니면 7월 초 일본 홋카이도에서 열리는 G8(선진 7개국+러시아)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회동할 것으로 보인다. G8 회의에는 차기 정권에서 총리를 맡겠다고 공언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도 참석할 전망이다. 그러면 이 대통령은 푸틴과도 만날 가능성이 크다. 푸틴은 대통령 직에서 물러나지만, 메드베데프의 후견인으로서 여전히 러시아의 실세이기 때문이다. 자원을 무기로 부활하고 있는 러시아를 이끌어갈 두 지도자의 개인 면모를 살펴본다. 편집자

◇독서=어린 시절부터 러시아와 외국 고전, 역사서를 두루 읽었다고 한다. 그는 자신의 웹사이트에서 가장 재미있었던 책은 고골리의 『죽은 혼』, 가장 슬펐던 책은 도스토옙스키의 『죄와 벌』이라고 적고 있다. 『죽은 혼』(1841년)은 19세기 제정 러시아의 농노제를 소재로 한 풍자 소설이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과 18세기 러시아의 서구적 개혁을 이끈 표트르 대제에 관한 책도 푸틴에게 적잖은 영향을 미쳤다. 최근엔 우울해지면 11세기 페르시아의 유명 시인 우마르 하이얌이 쓴 4행시 ‘루바이야트’를 읽으며 위안을 얻는다고 한다. 과거나 미래에 집착하지 말고 술과 노래, 꽃과 미녀 같은 현세의 즐거움으로 허무주의를 극복하라고 충고하는 시다.

◇취미·건강=유명한 스포츠광이다. 어릴 때 작은 키를 만회하기 위해 운동을 시작했다. 먼저 권투를 배웠지만 코뼈가 부러져 일찍 단념하고 러시아 격투기인 삼보에 열중하다 다시 유도로 바꿨다. 18세 때 검은 띠를 땄고 고향인 레닌그라드(현 상트페테르부르크) 챔피언에 오르기도 했다. 지금도 짬이 나는 대로 도장을 찾는다. 2000년 대통령이 된 후에는 수영이나 헬스로 건강을 유지한다고 한다. 산악 스키도 수준급이다.

영화도 즐겨 오스트리아 태생의 여배우 로미 슈나이더의 팬이다. 관저에서 키우는 래브라도종 사냥개 ‘코니’를 가족처럼 아낀다. 출장을 갈 때도 데리고 다닐 정도다.

◇음식=육류보다 생선을 좋아하며 특히 러시아식 생선 수프인 ‘우하’를 즐긴다. 밀가루 음식과 단것은 싫어한다. 아이스크림은 예외다. 술은 별로 즐기지 않지만 분위기를 위해 보드카 몇 잔 정도는 마다하지 않는다. 맥주 중에선 1980년대 국가보안위원회(KGB) 요원으로 근무한 동독 드레스덴 지역의 라데베르게르(Radeberger)를 제일 좋아한다.

◇패션=정장 스타일이다. 70년대 KGB 요원 시절부터 남의 눈에 띄지 않기 위해 회색이나 검은색 정장을 주로 입었다. 이런 취향은 대통령이 된 뒤에도 이어졌다. 한 서방 언론이 검은색 정장을 자주 입는 그를 “장례식장 직원 같다”고 꼬집었을 정도다. 최근에는 밝은 색 계통의 정장도 자주 입지만, 구두는 검은색을 고집하고 있다. 양복은 주로 이탈리아에서 주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운동으로 다져진 탄탄한 몸매가 그대로 드러나는 날렵한 정장 스타일로 ‘베스트 드레서’란 명성까지 얻었다.

유철종 기자



메드베데프 차기 러 대통령
록·청바지 즐기는 ‘신세대’

◇독서=아버지와 어머니가 모두 대학 교수였던 덕에 어릴 적부터 책과 가까이 지냈다. 초등학교 시절 아버지로부터 선물받은 소련 백과사전을 통째 외우고 다닌 일화로 유명하다. 체호프·도스토옙스키와 같은 러시아 고전작가들의 작품을 애독했다. 최근엔 인터넷을 통해 국내외 언론에 난 기사를 읽는 것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고 한다.

◇취미=브레즈네프 집권기인 중학 시절부터 하드 록에 빠졌다. 록 음악이 퇴폐적 부르주아 문화로 낙인찍혀 금지되던 시절이었다. 1970년대 3대 하드 록 밴드로 불린 블랙 사바스(Black Sabbath), 레드 제플린(Led Zeppelin), 딥 퍼플(Deep Purple) 등 영국 록 그룹의 음반을 모조리 녹음해 들었다. 특히 레드 제플린의 음반은 70년대 원판을 모두 수집해 갖고 있을 정도다. 지금도 휴식을 위해 록 음악을 즐겨 듣는다고 한다. 클래식 음악에도 조예가 깊다. “록 음악과 클래식은 아주 가깝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건강·음식=고교 때까지 카약을 즐겼다. 대학(레닌그라드대 법대)에 들어가선 기계체조와 역도를 시작해 교내 대회에서 우승하기도 했다. 중앙 정계로 뛰어든 99년부턴 일에서 받는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운동에 더욱 열중했다고 한다. 아침저녁으로 한 시간 정도 수영을 하거나 헬스장을 찾았다. 최근엔 아내 스베틀라나의 권유로 시작한 인도 요가에 빠져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포도주를 곁들인 장어요리를 좋아한다. 보드카는 거의 마시지 않는다. 디저트로는 아이스크림을 즐겨 먹는다.

◇패션=지난달 미국 일간 보스턴 글로브는 메드베데프를 패션 감각이 가장 뛰어난 세계 정치인 가운데 한 명으로 뽑았다. 정장과 캐주얼을 모두 즐겨 입는다. 때로는 파격적으로 공식 행사에 청바지와 와이셔츠만 입고 참석하기도 한다.

유철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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