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틴틴경제] 중국 위안화 환율 왜 떨어지나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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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① 미국이 먼저 요구했죠
대 중국 무역적자 줄이기 위해서요

② 중국도 필요했고요
뛰는 자국 물가를 잡기 위해서죠

③ 한국엔 어떤 영향 ?
중국 수출 늘지만 유학비 더 들어요

다음달 초 상당수 초등학교가 어린이날을 전후해 단기방학을 합니다. 동윤이네는 중국 여행을 가려고 계획을 짰습니다. 그러나 포기했습니다. 1인당 50만원 정도 생각했던 비용이 70만~90만원이었기 때문입니다. 여행사 직원은 “단기방학으로 여행을 가는 사람이 많아진 데다 중국 위안화 환율이 떨어져 여행상품 가격이 올랐다”고 설명했습니다. 위안화 환율에 영향을 받는 것은 여행 상품뿐만이 아닙니다. 중국에 물건을 수출하는 기업이나 정책을 만드는 정부도 위안화 환율 변동에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왜 요즘 이렇게 위안화 환율이 빨리, 그리고 많이 떨어지는지, 위안화 환율 변화가 우리 경제에는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중국의 환율제도=나라마다 쓰는 화폐가 다릅니다. 그래서 무역을 하거나 여행을 가면 화폐를 바꿔야 할 일이 생깁니다. 미국에 물건을 팔면 미국 돈인 달러로 물건값을 받아서 우리나라 돈(원)으로 바꿔야 하는 것이죠. 이렇게 화폐를 바꾸려면 일정한 기준이 있어야 합니다. 1달러를 우리 돈 1000원과 바꾸는 식이지요. 이런 교환 비율을 환율이라고 하고, 각국 화폐의 가치를 재는 척도가 되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환율은 외환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따라 정해집니다. 달러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많으면 달러 가치가 올라가죠. 900원 주고 1달러를 사다가 1000원 주고 1달러를 사게 되는 식입니다. 이 경우 달러의 가치는 올라간 것이고, 원화 가치는 내린 것입니다. 그런데 달러에 대한 원화 환율로 따지면 1달러가 900원에서 1000원이 됐으니 ‘환율이 올랐다’고 표현합니다. 즉 원-달러 환율 상승은 원화 가치 하락을 의미합니다.

중국 위안화도 마찬가지인데 환율을 정하는 방식이 다릅니다. 중국은 환율을 시장에 맡겨두지 않고 정부가 관리합니다. 하루 환율 변동폭은 전날 환율을 기준으로 상·하 5%를 벗어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위안화 환율은 정부 의지에 따라 조정이 가능한 특수성이 있습니다.

◇환율 하락 이유=최근 위안화 환율은 1달러에 6.99위안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2004년까지 8.27~8.28위안에서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2005년부터 조금씩 하락하기 시작해 올 들어 급격히 떨어지고 있습니다. 위안화 환율이 달러당 7위안 밑으로 내려온 것은 14년 만입니다.

위안화 환율이 하락한 배경에는 중국의 물가 상승이 있습니다. 중국 물가는 2월 8.7%나 올랐습니다. 물가 상승세를 잡기 위해 중국 정부가 환율을 낮춘 것이지요. 과거에는 7~8위안을 줘야 1달러짜리 물건을 살 수 있었지만, 요즘은 6.9위안이면 1달러짜리를 수입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물건값이 싸지게 돼 물가 안정에 도움이 됩니다.

물가를 잡는 데는 금리를 올리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건을 파는 사람은 그대로인데, 돈이 없어 물건을 사려는 사람이 줄어들면 물건값이 내리게 되는 것이지요. 하지만 중국 정부는 여러 번 금리를 올렸지만 물가를 잡는 데 별 효과가 없었습니다. 원자재 같은 수입품 가격이 워낙 많이 올랐기 때문이죠. 그래서 중국 정부는 금리보다는 환율로 물가를 잡으려는 것입니다.

또 중국과의 무역에서 큰 적자를 보고 있는 미국이 지속적으로 중국의 환율 인하를 주문해 온 점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미국은 위안화 환율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서 중국은 싼 가격에 수출하고, 미국은 비싼 가격에 수출하는 바람에 밑지는 장사를 한다고 불평해 왔습니다. 게다가 요즘 미국 달러화는 금융 불안으로 인해 헐값에 거래되고 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위안화 가치가 높아지는 것(환율 하락)이기도 합니다.

◇위안화 환율 변동 영향=중국은 물가를 잡는 효과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미국에 생색도 낼 수 있지요. 단점도 있습니다. 환율이 하락하면 수출품 가격은 올라갑니다. 과거에는 8위안짜리를 1달러에 팔았는데, 이제는 6.9위안짜리를 1달러에 팔게 되기 때문이죠. 중국 제품이 많이 팔린 것은 무엇보다도 가격이 싸기 때문인데 중국산의 장점이 줄어드는 것이죠. 또 외국인들이 중국에 공장이나 기업을 세우는 투자를 줄일 수 있습니다. 비용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문제가 심각해질 가능성은 작습니다. 이미 각국이 중국 물건이 없으면 생활이 어려울 정도의 상황이 됐고, 중국은 비축해 둔 달러(외환보유액)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 때문이죠.

우리나라도 득과 실이 있습니다. 중국산 상품 가격이 오르면 중국산과 경쟁하는 우리나라 상품의 경쟁력이 높아져 수출을 더 많이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 수입되는 중국 제품 가격이 올라 우리나라 물가가 더 오를 수 있습니다. 또 중국에 대한 소비재 수출은 늘어날 수 있지만 중간재 수출이 줄어들 수 있습니다. 중국 소비자들이 한국산 완제품을 싸게 살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중간재를 사가서 완제품을 만드는 중국 기업의 수출이 줄면 한국산 중간재를 덜 사가게 되겠지요. 미국은 중국과 무역할 때 적자를 줄일 수 있지만, 물가가 오르는 부담을 지게 됩니다.

김영훈 기자



■위안화 환율 내리면 펀드전략 바꾸는 게 좋을까요
중국펀드는 홍콩 상장 기업이 많아서 영향을 덜 받는답니다

위안화 환율이 내리자 혹시 중국에 투자하는 펀드에 문제가 생길까 걱정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하지만 위안화 환율 변동이 직접적으로 중국 펀드의 수익률에 영향을 주기는 어렵습니다. 그러나 환율 변화에 따라 중국 경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유심히 지켜봐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 판매하는 중국 펀드는 대부분 중국 본토의 주식시장이 아니라 홍콩 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에 투자합니다. 위안화가 아니라 미국 달러나 홍콩 달러를 이용해 투자하는 것이죠. 그러니 위안화 환율이 내렸다고 당장 이득이 생기거나, 손해가 나지는 않습니다. 게다가 홍콩 증시는 중국 시장뿐 아니라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시장의 움직임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특성을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홍콩 증시에 상장된 기업도 중국에 기반을 둔 기업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의 변화를 주목해서 봐야 합니다. 우선 수출을 많이 하는 중국 기업은 아무래도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반면 중국 내 판매가 많은 소비재 산업이나 부동산 같은 자산이 많은 기업은 위안화 환율 하락이 오히려 경영에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종합적으로 볼 때는 큰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보는 전문가가 많은 편입니다. 김휘곤 삼성증권 과장은 “이미 위안화 강세는 예견된 것이고, 앞으로 상당 기간 지속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중국 정부가 위안화 환율을 낮춘 것은 경기가 갑자기 꺾이지 않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기 때문에 중국 경제에 나쁜 영향을 준다고 보긴 어렵다”고 말했습니다.

국내에서 판매하는 중국 펀드 가운데 PCA운용의 ‘PCA차이나드래곤A셰어주식’ 같은 일부는 중국 본토 증시에 투자합니다. 이런 펀드의 경우는 환 헤지(환율 변동에 대비한 위험 관리) 여부에 따라 명암이 갈립니다. 환 헤지를 하지 않은 경우가 유리합니다. 1만 위안의 수익이 생겼다면 1년 전에는 한국 돈으로 바꾸면 약 120만원이었지만, 지금은 140만원 정도를 손에 쥘 수 있기 때문입니다. 위안화 환율 하락에 따른 환차익을 본 것이지요.

중국에 송금할 일이 있으면 가능한 한 빨리 송금하는 것이 좋습니다. 위안화 환율이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조금이라도 먼저 환전하는 것이 그만큼 이득이기 때문입니다.

김영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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