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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음악] 에릭 클랩튼 블루스로 '회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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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Tears in Heaven(천국에서의 눈물)'을 부를 때 느껴왔던 상실감을 더 이상 느끼지 않는다. 그 감정으로 돌아가기를 바라지도 않으며 이제 내 인생은 달라졌다."

'기타의 신'이라 불리는 에릭 클랩튼(59)이 이달 초 AP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해석하기에 따라 묘한 배신감마저 느껴지는 발언 아닌가. 1991년 네살배기 아들을 추락사고로 잃고, 애끓는 마음을 노래하던 그가 최근 서른 한살 연하의 젊은 아내를 얻고는 저 하늘로 떠난 아들마저 잊고 싶다니…. 그러나 어찌 가슴에 묻은 자식을 그토록 쉬 들어낼 수 있겠는가. 아마 한시도 잊을 수 없어, 그 자책감에서 조금이나마 벗어나고파 무심한 척 하는 말일지 모른다. 어쩌면 그의 음악 세계를 'Tears in Heaven'으로만 보려는 이들에 대한 항변일 수도 있다.

에릭 클랩튼이 정통 블루스로 돌아왔다. 많은 이에게 그는 'Wonderful Tonight'이나 'Tears in Heaven'처럼 팝음악으로 기억되지만 4년 전 블루스의 대가 비비 킹과 듀오 앨범을 냈듯 일관되게 블루스의 기조를 유지해 왔다. 이번엔 아예 1930년대 블루스 초창기 시절로까지 시간을 거슬러갔다.

다음주에 선보일 21번째 솔로 앨범 'Me and Mr. Johnson'은 30년대 활약한 로버트 존슨의 곡들을 재해석한 음반이다. 27세에 요절한 존슨은 흑인의 고뇌를 노래한 가사와 탁월한 연주 실력으로 블루스의 기초를 다진 뮤지션이다. 클랩튼은 "존슨의 음악을 듣기 이전에 들었던 음악들은 마치 쇼윈도에 진열된 겉만 번지르르한 옷 같은 것에 지나지 않았다. 그의 음악은 언제나 내 기억 속에 있고 가장 오래된 친구와도 같다"고 말했다.

존슨의 작품 중 14곡을 추려 수록한 이번 앨범에서 클랩튼은 특유의 '슬로 핸드' 주법과 깊이있는 연주, 영혼을 담은 듯한 울림이 큰 목소리를 변함없이 보여준다. 따지고 보면 클랩튼처럼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많이 부른 뮤지션도 찾기 쉽지 않은 것이다. 'Tears in Heaven'은 물론 아내에 바치는 노래인 'Wonderful Tonight', 비틀스의 멤버 조지 해리슨의 아내를 사랑하며 작곡한 'Layla', 팝가수 셰릴 크로에게 헌사한 'Change the World' 등등. 이번 앨범은 신곡 없이 리메이크곡만으로 채워져 다소 아쉽긴 하지만 한편으로 다행스러운 건 그의 그리움이 현실의 누군가가 아니라 온전히 음악으로만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최민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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