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비전을 갖고 도전하는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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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광복 50주년을 앞두고 최초의 통신방송 상업위성인「무궁화號」(KOREASAT)가 5일 미국에서 델타Ⅱ로켓에 실려 발사됐다.이 위성이 우리기술로 발사된 것은 아니지만,이로 인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스물두번째 통신-방송용 자체위성 소 유국이 됐다.내년 시험방송을 거쳐 전국 어디서나 난청지역이 없이 전화.비디오.정보데이터 등을 주고 받을 수 있는 멀티미디어 통신이 가능하게 됐다.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가장 획기적인 과학기술 업적중의 하나는 1957년 소련의 첫 인공위성 스푸트니크1발사다.이 사건은전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으며,특히 미국에 커다란 충격을 주었다.이 충격은 국립항공우주국 (NASA)을 탄생 시키는 계기가됐다.당시 아이젠하워 대통령은 국립항공자문위원회(NACA)를 대폭 확대개편,NASA를 창립했다.
그후 1960년 케네디 대통령은 뉴프런티어 정책과 함께 향후십년이내에 사람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야심찬 계획을 발표했다.그당시 미국은 소련보다 우주항공기술분야에서 뒤떨어진 상태로 소련보다 먼저 사람을 달에 착륙시킨다는 케네디 대 통령의 비전은 꿈같은 것이었다.
그러나 그 비전은 69년 현실로 이뤄져 아폴로11을 타고 암스트롱이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에 착륙함으로써 우주항공 분야에서도 미국은 소련을 앞지르게 돼 자부심을 되찾게 됐다.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은 지난 7월 미국방문시 우리나라의 과학기술을 15년안에 선진 7개국수준으로 높인다는 비전을 제시했다.구체적으로 핵융합.우주항공.정보통신등 첨단기술분야를 집중 육성한다는 과학기술 추진계획을 발표했다.金대통령의 이같은 과학기술 비전은 우리나라가 중위권 기술개발국에서 첨단기술 개발전략으로 과학기술정책이 전환됐음을 시사한다.
그 중에서 핵융합기술을 2000년초 선진국수준으로 도약시키고인공위성을 2015년까지 우리기술로 발사한다고 했다.꿈의 신에너지원으로 각광 받고 있는 핵융합 발전기술은 미국이나 일본도 아직 초기실험 단계에 있다.핵융합발전은 온도가 1억도가 넘는 소규모의 「인공태양」을 지구상에 만들어 내는 것과 비슷해 이를실용화 하기 위해선 개발해야 할 수많은 중간 단계의 첨단기술이있다. 우리나라가 이런 미지의 첨단 기술에 도전하는 것은 기초과학이 빈약한 상태에서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에너지원이 점차 고갈돼가는 21세기엔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과제이기 때문에 비전을 가지고 도전해야 한다.
비전의 최종 목표달성도 중요하지만 그 비전을 추구함으로써 얻는 다른 관련 과학기술들이 부수적으로 개발됨으로써 산업기술발전뿐 아니라 실생활에도 그 파급효과가 크다.한 나라의 첨단기술 수준은 그 나라의 국제경쟁력을 좌우함은 물론 그 국가의 장래가달려있다.첨단기술은 설비나 기계 안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실험 장치를 사용해 연구하는 과학기술인에 의해 창출된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을 선진국으로 도약시키고 그 고지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그 기본 주체는 창의력과 탐구력이 뛰어난 인재를 양성하는 데 있다.앞으로 더욱 우리나라는 고도의 학문적인 전문성 뿐 아니라 고도기술의 종합성을 함께 소유한 과학인력을 요구한다.따라서 첨단기술 개발의 주역은 과학인재에 있으므로 특히 21세기 주역이 될 현재의 초.중.고 학생들에게 창의력과 탐구력을 심어주고 세계적인 과학자의 꿈을 길러줘야 한다.
과학자의 창의력과 탐구력은 후일 제시될 비전을 현실화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된다.케네디 대통령은 달착륙 비전을 제시했고,NASA에 있는 수만명의 과학자들이 자기들의 창의력을 발휘,힘을모아 연구 했을 때 달착륙 비전은 비로소 현실화 됐다.
『국가가 무엇을 당신에게 해 줄 수 있는가를 묻기보다 당신이국가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는가를 물어보라!』는 케네디 대통령의 말을 다시한번 음미해볼 필요가 있다.비전이 있는 국가는 낙오하지 않는다.국가와 과학자들이 창의력을 바탕 으로 이 비전을 향해 같이 뛸때 비전이 현실화될 수 있는 나라,즉 우리나라의 과학기술도 15년안에 선진7개국 수준으로 도약하게 될 것이다. 〈한동대 총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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