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조상님 어떻게 생겼나, 대전 국립과학관 '한민족 기원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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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7면

▶ 한반도 최초의 현생 인류인 만달인(上)과 승리산인.

가야시대(4~7세기)에는 편두풍습이라 것이 있었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를 반듯이 눕혀 놓은 상태에서 이마를 돌 같은 것으로 눌러 이마와 뒷머리를 평평하게 하는 대신 정수리를 봉긋 솟아 오르게 만든 머리 형태다. 일종의 성형수술이라고 볼 수 있다. 이런 인골은 경남 예안리 유적에서 출토됐다.

또 한반도 최초의 현생 인류는 만달인과 승리산인이다. 평양에서 발굴된 승리산인의 높은 머리와 넓은 턱의 두개골상은 오늘날 한국인의 특징이기도 하다.

지난 16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개막된 '인류의 진화, 한민족의 기원 특별전'에서는 이런 유물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 전시회는 오는 5월 30일까지 열린다.

특별전은 인류의 진화와 우리 겨레의 발자취를 규명할 수 있는 한민족의 기원에 초점을 맞춰 기획됐다. 국내에서는 처음으로 열리는 것이다. 각처에서 발굴된 다양한 유물이 실물이나 복제품으로 전시되어 있으며, 영상으로도 볼 수 있다. 전시관은 '인류의 진화관'과 '한민족의 기원관'으로 나눠 꾸며졌다.


인류의 진화관에서는 현생 인류의 진화과정을 일목요연하게 볼 수 있다. 진화 관점에서 인류의 직접적인 조상인 '루시'의 300만년 전 화석과 인류 최초로 불을 사용했던 베이징 주구점인, 죽은 자를 애도하기 위해 먼 곳의 꽃을 따다 헌화했던 네안데르탈인의 유적을 시대별.진화 단계별로 볼 수 있다. 1만년 전 동굴 벽화인 라스코 벽화도 복제해 전시했다.

여기에선 석기 제조에 사용했던 좀돌날몸돌이라는 것도 볼 수 있다. 날카로운 돌날을 만들던 것으로, 큰 돌에서 돌날을 기존 방법보다 수십배 더 크게 떼어내는 방법을 찾아낸 원시시대 기기다. 대량생산의 개념 등 과학기술의 뿌리를 찾아볼 수 있는 전시물이기도 하다.

한민족의 기원관에는 한반도에서 출토된 인류학적 유물을 망라해 전시했다. 한반도에서 가장 오래된 것으로 알려진 평안남도 상원 검은모루동굴유적과 남한에서 가장 오래된 전곡리 구석기 유물 등 100만~1만2000년 전 구석기시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신석기 시대 조개더미 유적의 5호분 출토 여성의 경우 귓구멍에서 고막에 이르는 S자 모양의 관인 외이도에 심각한 염증이 있었던 흔적도 찾아냈다.

이는 이 여성이 물과 관련된 생업에 종사한 것으로 추정하게 한다. 가야시대의 편두풍습을 볼 수 있는 여성상도 복원해놨다. 주변 민족과 우리 민족이 유전적으로 얼마나 유사한가도 알 수 있다. 유전적으로 만주인.몽골인.일본인.중국인 순서로 가깝다.

전시장에선 우리나라 처음으로 복원된 매머드와 매머드 사냥체험, 후기 구석기인의 동굴벽화 체험을 통해 구석기인과 만날 수도 있다.

박방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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