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회 국정조사라도 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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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직대통령 정치자금 4천억원 조성설의 본질은 두 전직대통령이재임기간중 보였던 행태나 퇴임후 드러난 그 시대의 온갖 비리로미루어 국민이 4천억원은 아니더라도 어마어마한 거금을 조성해 갖고 있지 않겠느냐는 의혹을 품고 있다는데 있 다.
우선 이 사태가 돌출하자 재론된 검찰 수사 뒷얘기 두 가지가그 개연성을 시사한다.첫째,검찰이 93년 동화은행장 비자금 수사과정에서 수백억원이 입금된 전직대통령의 차명계좌를 발견했으나이를 덮어버렸다는 당시 수사검사 함승희(咸承熙 )변호사의 증언이다.둘째,검찰이 지난해 6共청와대 비자금을 내사,5백억원대의양도성예금증서(CD) 매입까지 밝혀냈다는 검찰소식통의 얘기다.
검찰당국은 물론 이를 모두 공식 부인했다.그러나 수사참여자들이때가 되면 자료의 공개용의까지 밝힌 점을 보면 전혀 신빙성이 없다고 보긴 어렵게 됐다.
또 6共이 90년 정호용(鄭鎬溶)의원을 대구보궐선거에 불출마시키기 위한 압력수단으로 鄭의원의 1백억원 가명계좌를 이용했다는 보도도 전직대통령의 거금조성.보유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것으로국민들은 보고 있다.게다가 대규모의 자금을 퇴임 후에도 보유하고 있다는 건 일반적으로 용인돼온 정치자금조성및 사용의 명분과한계를 뛰어넘는 불법치부(致富)의혹을 면할 수 없다.
따라서 이 사태는 관련당사자들이 아무리 와전됐다거나,명예훼손을 당했다고 펄펄 뛴다고 해서 의혹을 잠재울 수 없게 됐다.문제는 어떻게 의혹을 밝히느냐는 방법론에 모아지고 있다.
최선책은 발설자인 서석재(徐錫宰)前총무처장관이 솔직히 전모를털어놓고,그에 따른 불법.부정의 혐의가 있을 경우 검찰이 수사해서 처리하는 것이다.徐씨는 경제수석.국세청장과도 이 문제를 상의했다고 한 만큼 그것이 사실이면 그들도 진위 를 밝힐 의무가 있다.
차선책은 수사당국이 거액보유설만으로 수사할 수 없는 한계를 지닌만큼 야당의 주장처럼 국회가 국정조사권을 발동,전모를 파헤치도록 하는 것이다.조사는 咸변호사및 徐전장관의 증언으로부터 시작하면 될 것이다.4천억원 보유설은 사실여부를 떠나 사상 최고액의 정치의혹으로 발전한 만큼 정치자금의 성격에 환한 국회가조사한다면 적정한 선에서 의혹이 해명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우리는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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