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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판 '미녀들의 수다' 한국 여자 이래서 좋다 vs. 이래서 싫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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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매주 금요일 오전 9시 20분에 방영되는 오락 전문 채널 코미디 TV의 리얼 버라이어티 쇼 ‘월드 보이즈’ 멤버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외국인 훈남들이 왁자지껄 한국 여자들을 해부하기 위하여. 연세대 어학당을 졸업하고 모델과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크리스(24·미국), 폴란드에서 한국어를 전공하고 한국에 온 지 1년 4개월 됐다는 하늘(22), 경희대 어학당 재학 중인 만수르(26·러시아), 고려대 경제학과 2학년 교환 학생인 니콜러스(20·뉴질랜드), 서울대 경영학과 대학원생인 파티(26·터키). 이 중에는 사랑하는 코리아 걸 때문에 돌연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친구도 있고, 숱하게 차고 차이기를 반복하면서도 결국 연애는 한국 여자와 하게 된다는 친구도 있다. 한국 여자와 한 번 이상 연애를 해 본 경험이 있는 5인방이 가감 없이 토로하는 한국 여자의 매력이란?


여성스러운 매력, 내숭이어도 좋다 vs 가식적이다

하늘_한국에 오자마자 여자친구를 사귀었어. 이미지는 참한데 성격은 굉장히 쾌활해서 끌렸거든. 그게 참 신기하더라고. 오늘이 여자친구랑 사귄 지 200일째 되는 날이야.

크리스_진짜? 폴란드에서도 100일, 200일 챙겨?

하늘_폴란드에서는 사귄 지 6개월, 1년이 되면 분위기 좋은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는 정도. 한국만큼 화려한 이벤트를 하지는 않아.

크리스_난 한국에서 지내는 3년 동안 한국 여자를 3명 만났어. 공통점이 있다면 애교가 많다는 것! 커피 마실 때 귓가에다 사랑한다고 속삭이고, 우울해하면 이상한 표정 지으며 애교를 부리더라고. 이모티콘 잔뜩 들어간 문자도 자주 보내고. 쿨하고, 터프하기보다는 사랑스럽고 여성스러운 매력이 많은 것 같아.

만수르_맞아. 난 러시아에서 학교 다닐 때 한국여자친구를 사귀었는데 사소한 걸 꼼꼼하게 신경 써주더라고. 과제도 도와주고, 도시락도 싸주고, 1년 정도 연애했는데 이 친구는 결혼하면 현모양처가 되겠구나 싶더라니까. 내 친구들도 하나같이 한국 여자들은 여성스러움이 몸에 밴 것 같다는 말을 하곤 했어.

파티_터키에서 처음으로 한국 여자친구를 사귀었고, 한국에서도 2명을 만났어. 물론 ‘여자는 땅, 남자는 하늘’ 그런 사고방식을 갖고 있는 건 아니지만 한국 여자들은 남자들을 하늘처럼 존중해 주는 것 같아. 한국은 집안 분위기가 가부장적이잖아. 그런 환경에서 자라서 그런 건 아닐까. 남자한테는 좋은 거 아니야? 하하.

니콜러스_난 딱 한 명 만났는데 무지 터프한 여자였어(웃음).

파티_다소곳한 여자들이 가끔 내숭 같아 보이기는 하지만 절대 밉지 않은 그런 거 있잖아. 한국 온 지 얼마 안 돼서 친구들이랑 낙지 비빔밥을 먹는데 냅킨을 깔고 숟가락, 젓가락을 놓아 주는 거야. 여자가 이런 걸 손수 챙겨 주다니, 당황스러우면서도 좋았는데 대부분 여자들이 그렇던 걸.

크리스_미국 여자에 비하면 내숭이 많은 편이지. 예를 들면 남자 앞에서는 절대 담배 못 피우는 척 하면서 몰래 화장실 가서 피우고 오는 그런 거 있잖아.

만수르_내 여자친구는 담배를 안 피워서 모르겠는데, 그건 참 이상하더라. 러시아 여자들도 담배 많이 피우는데…. 숨어서 피울 이유는 없잖아.

파티_한국 여자들은 어쩔 수 없이 내숭을 떨어야 하는 환경에 있는 것 같아. ‘여자들은 하면 안 되는’금기 사항이 암묵적으로 많은 편이니까.

니콜러스_맞아. 여자들은 얌전해야 한다, 곱게 말해야 한다, 여자가 팔자로 걸으면 팔자가 세진다든지…. 여자들의 행동을 규정짓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 그러니까 자연스럽게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게 되는 건 아닐까.


세심한 현모양처 스타일 좋다 vs집착은 사절

파티_동양 사람들은 남성우월주의적 사고가 강한 것 같다. ‘이런 건 여자가 해야 하는 일, 이건 남자가 해야 하는 일’ 하고 구분 짓잖아. 그런 영향 때문일까. 한국 여자들은 연애할 때도 현모양처 스타일로 하더라.

크리스_맞아. 아플 때 괜찮냐며 약, 과일, 죽까지 챙겨 주기도 하는데 정말 감동적이었어.

파티_한국에 와서 대학원 수업 처음 들을 때, 고생을 많이 했거든. 그땐 한국어 실력이 유창하지 않았으니까. 그런데 여자들은 꼭 여자친구가 아니더라도 친절하게 잘 도와주던 걸. 과제가 너무 많고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서 고민할 때 여학생들이 자료도 대신 찾아주고 조언도 해주면서 도와줬어.

하늘_맞아. 2년 넘게 사귄 내 여자친구는 왁스가 떨어지면 다음 날 그 자리에 새 걸 사다 놓더라고. 길거리 가다가 생각났다고 만원짜리 티셔츠를 선물해 주면 순간순간 내 생각을 했구나, 싶어서 고맙던 걸. 여자친구는 만날 내가 동생 같다면서 이것저것 세심하게 챙겨 줘.

크리스_나도 예전에 감기 기운이 있었을 때, 여자친구가 귤이랑 유자차를 사 갖고 왔어. 가끔 데이트할 땐 몸보신해야 한다면서 보신탕도 챙겨 주려고 하는데 그럴 땐 엄마 같다니까(웃음).

파티_그러고 보면 한국 여자들은 사소한 감동을 즐기는 것 같아.

만수르_친절하고 잘해 주는 건 좋지만 집착도 있는 것 같아. 특히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많이 물어봐. 옛 애인이고 과거일 뿐인데 쿨하게 넘어갈 수도 있잖아. 그런데 가끔 그게 문제가 돼서 다툰 적도 있어.

크리스_만수르~ 옛날 여자친구 얘길 물어본다고 곧이곧대로 말하면 어떻게 해. 그건 남녀를 불문하고 연애할 때 지켜야 할 첫 번째 수칙이야. ‘사랑과 전쟁’도 안 보냐? 과거 얘기 잘못 해서 이혼도 하잖아. 하하.

독립심 강한 여자 좋다
vs 의존적인 여자는 부담 백배

만수르_그런가. 하하. 한국 여자들이 좋은 또 다른 이유는 독립심이 강하다는 러시아는 무조건 데이트 비용은 남자가 내야 한다는 통념이 있어. 실제로 대부분 커플들이 그렇게 데이트하고.

크리스_이상하다. 더치페이 문화는 외국이 더 보편화돼 있는데…. 난 미국에서 데이트할 때보다 3배는 더 쓴 거 같은데?(웃음) 데이트 비용은 잘 모르겠지만 생활력 면에서 독립적인 것 같지는 않아. 난 15살 때부터 아이스링크에서 안전요원 아르바이트 해서 용돈 벌고, 고등학교 졸업하자마자 집에서 독립했거든. 미국은 대부분 다 그렇게 하니까. 그런데 한국은 대학생들도 부모님이랑 같이 살잖아.

니콜러스_맞아. 나도 그랬어. 한국은 여자건 남자건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님과 같이 살고 대학 졸업할 때까지 용돈 받아서 쓰는 친구들도 많이 봤어. 대학원 학비까지 부모님이 내주는 경우가 많더라고.

하늘_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많이 나아지지 않은 건가? 지방에서 올라온 학생은 원룸 얻어서 아르바이트하면서 자기 용돈 버는 친구들도 많으니까.

파티_아무래도 한국의 독특한 결혼 문화 때문에 그런 것 같아. 남자가 집을 사야 하고, 여자는 혼수를 위해 5000만원은 모아야 하고, 경제적인 조건들이 많잖아. 터키처럼 렌트 개념의 라이프스타일이 아니다 보니까 ‘내 집 마련’에 목숨을 거는 것 같아. 그러니 학교 졸업할 때까지는 취업 준비하느라고 바쁘고, 그때까지 부모님이 도와줘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해서 그런 거겠지. 지난주에 30대 중반의 산부인과 원장을 만났는데, 지금도 부모님이랑 같이 산다고 하더라고. 마마보이처럼 느껴지던 걸.

크리스_성인식 하고 나면 자기 인생은 스스로 챙겨야지. 부모한테 의지하는 건 아닌 것 같아.
파티_맞아. 예전 여자친구는 용돈 받아서 생활했는데 한번은 데이트하자고 했더니 용돈 떨어져서 안 된다고 하더라고. 규모에 맞게 살아가려면 아르바이트하면 될 텐데….

적극적인 사랑 표현 좋다
vs 타인 앞에서는 달라지는 여친

크리스_둘이 있을 땐 적극적으로 사랑 표현도 하고, 스킨십도 하는데,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는 꺼리더라고. 특히 지하철 탈 때나 친구들 모임에서 뽀뽀나 키스는 절대 사양하던 걸.
만수르_여자친구의 친구들을 만나면 내 자랑도 늘어놓고 손도 잡고 그러는데, 내 친구들 만나면 애정 표현을 쑥스러워하는 것 같아. 아무래도 사람들 눈을 의식해서 그러겠지.
크리스_미국에 비하면 보수적인 것 같기는 해. 이해할 수 없었던 건 부모님한테 절대 인사를 시켜 주지 않는다는 거.

파티_맞아. 나도 그것 때문에 여자친구랑 많이 다투었던 거 같아. 꼭 결혼을 약속하지 않더라도 가족들을 만날 수는 있잖아. 어떤 가정환경에서 자랐고, 문화적인 배경이 어떤지, 서로 더 많이 알아갈 수 있는 기회니까. 한번은 여자친구한테 부모님께 왜 인사를 안 시켜 주느냐고 물어봤지. 내가 창피해서 그런 건지, 솔직히 자존심이 상하더라고. 그때 여자친구가 “네가 외국인이라서…”라고 하더라고. 부모님 세대는 외국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이해는 안 가.

크리스_나도 부모님 언제 소개시켜 주냐고 물어봤는데 절대 안 된다고 하더라. 가족들이 반대한다고. 난 3년 넘게 한국에서 살았고, 한국 문화를 사랑하고, 이곳이 좋은데, 나란 사람에 대해서 평가하는 데 외국인이라는 게 큰 장벽이 될까? 그런 생각을 하면 한국 사회가 아직까지는 보수적인 것 같아.

하늘_난 여자친구 가족들과 자주 왕래하는 편이야. 폴란드 문화에 대해서도 궁금해하고, 한국 음식 문화나 예절에 대해서 알려주기도 해. 그런데 확실한 건 서로에 대해서 깊이 알고, 가족들과 문화적인 충돌을 해결할 수 있을지 살 부대끼면서 만나봐야 결혼도 결정할 수 있지 않을까?

니콜러스_그래. 한국 여자와 결혼하고 싶은데, 그건 필요 불가결한 절차인 것 같아.
파티_터키에 있을 때 여자친구를 부모님께 소개시켜 준 적이 있어. 처음 만났는데 부모님이 여자친구에 대해서 뭘 알겠어. 그래도 “우리 아들이 진짜 착한 여자를 만났구나. 네가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해 주셨거든. 한국 사회도 외국인을 너그럽게 포용해 줬으면 좋겠어.

니콜러스_뉴질랜드에는 아예 ‘외국인’이라는 단어를 쓰지 않아. 세계 각지의 사람들이 모여 살고, 서로가 이방인이니까.

하늘_그래도 예전에 비하면 한국 사회가 많이 쿨해졌어. 예전에는 친구들한테도 쉬쉬했는데, 이제 여자친구의 친구들이 외국인 남자랑 연애하는 걸 부러워하는 눈치던데?(웃음)
만수르_다른 문화권에서 자라 정서가 다르기는 하지만, 색다른 경험이 될 수 있으니까. 게다가 제2 외국어와 2개국 역사 공부도 할 수 있잖아. 하하하.

오후에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어느새 뉘엿뉘엿 해가 졌다. 다섯 남자는 한국 여자친구와 연애하면서 즐겁고, 때때로 섭섭했던 것까지 솔직하게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한국이 제2의 고향 같다는 그들은 ‘월드 보이즈’ 프로그램을 통해 한국 문화를 더 많이 알 수 있게 돼 즐겁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과도하게 한국과 한국인에 동화된 이 외국인, 다섯 남자의 로망은 한국 여자와 결혼하는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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