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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비 대신 눈보라 맞으실래요?

중앙일보

입력

  ‘객석으로 눈덩이가 굴러오고 눈보라가 몰아친다.’
  객석과 무대의 경계를 넘나드는 슬라바 폴루닌의 무언극 ‘스노우쇼’가 16일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린다.
  2001년 첫 내한 이후 올해로 5번 째 국내 관객과 만나는 ‘스노우쇼’는 뉴욕 오프브로드웨이 사상 최고의 입장 수입을 올린 작품이다. 영국 에든버러를 비롯한 세계 100여 개 도시에서 2500만 관객이 관람했다. 국내에서도 지금까지 4회 전석 매진을 기록하며 마니아층을 형성했다.
  시베리아 벌판을 배경으로 4명의 광대 시인이 등장해 펼쳐가는 이 공연은 상상력이 가득한 무대 연출과 음악, 마임이 조합된 그야말로 ‘쇼’다. 광대들이 관객과 공놀이를 하기도 하고 거대한 거미줄이 객석을 덮치는가 하면 눈보라가 몰아쳐 관객이 눈더미 속에 파묻히기도 한다.
  연출가이면서 직접 무대에 서는 폴루닌은 “내 작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연상(聯想)이고 그것을 채우는 역할은 관객의 몫”이라고 말한다. 환상적이고 특별한 이 공연을 완성하는 것이 바로 관객이라는 것. 관객이 누구이고 무엇을 원하느냐에 따라 이야기는 수천 개로 변주될 수 있다.
  특별한 줄거리 없이 사랑과 실연, 고독에 관한 촌극으로 이어지는 이 작품 속엔 인간의 복합적인 감성과 철학적인 질문이 함축적으로 담겨져 재미 이상의 메시지를 전한다. 광대가 떨어뜨린 러브레터가 눈발로 변해 객석으로 불어 닥치는 장면에선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칼 오르프의 칸타타 중 ‘O Fortuna’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4번 ‘월광 소나타’ ‘Blue Canary’ 등 웅장하고 아름다운 음악이 감동을 배가시킨다.
  막스 밀러, 찰리 채플린, 마르셀 마르소 등 광대 예술의 뒤를 잇는 세기의 광대예술가 손꼽히는 폴루닌의 이 작품은 영국 로렌스 올리비에상, 러시아 골든 마스크상, 에든버러 페스티벌 비평가상 등을 수상했다.
  20일까지 한전아트센터에 이어 성남아트센터(23~27일), 고양어울림누리 어울림극장(5월 1~5일), 유니버설아트센터 대극장(5월 8~11일)에서 공연된다. 문의 1544-9937

프리미엄 김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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