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스팅 보트 쥔 박근혜·이회창 MB 정치력 시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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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분석 이명박 정부의 집권 5년은 여대야소(與大野小)로 출발하게 됐다. 18대 국회의 여대야소 의미는 크다. 1988년 소선거구제로 전환된 뒤 16대 국회까지는 선거만 있으면 여소야대(與小野大)였다. 2003년 2월 여소야대로 출발한 노무현 정부는 이듬해 총선에서 과반 의석(152석)을 확보해 16년 만에 첫 여대야소 국회를 열었다. 하지만 계속된 재·보선 참패로 어려움을 겪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말 “대통령이 속한 정당이 국회 과반수였던 기간은 딱 1년이고, 엄밀하게 말해 일한 시기로 따지면 1년이 채 안 된다”고 말했다.

이번 총선 결과는 한나라당의 당초 예상이나 기대와는 거리가 있었다. 한나라당은 안정 과반수(모든 상임위에서 다수를 차지할 수 있는 의석수=158석)에 미치지 못하는 의석수를 기록했다. 과반을 확보하더라도 턱걸이 수준을 넘지 못하게 됐다. 청와대와 한나라당은 일단 과반 의석 확보에 의미를 두고 스스로를 위안했다.

아슬아슬한 여대야소에 따라 안정 과반수 국회에서 추진하려던 각종 개혁 조치들은 탄력을 받기가 어려워졌다. 대선 공약이던 경제 살리기와 규제 혁파를 위한 구체적 조치들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국회를 통해 강력한 추진 동력을 얻으려 했지만 총선 성적표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한·미 FTA 타결, 공기업 민영화, 금산분리 철폐 등 새 정부의 대표적 경제정책은 야권과 협의가 필요해졌다. 비록 과반수는 넘었지만 이 대통령에게 비협조적인 당내 친박근혜 인사들의 협조 여부가 유동적이기 때문이다.

당내 동의를 구하고, 야당 협조를 요청하는 과정에서 내용이 상당 부분 바뀌거나 아예 유보되는 경우도 생길 것으로 보인다. 영어 공교육이나 한반도 대운하 등은 공론화 과정에 들어갈 수 있을지조차 불투명해졌다. “총선 후에 보자”고 별렀던 공기업 구조조정도 마찬가지다. 막 시동을 건 ‘노무현 사람’ 털어내기 작업도 야당과 국민 여론의 눈치를 봐가며 진행해야 할 판이다.

이 대통령은 최근 “일을 하려면 규제 완화 등 법을 바꿔야 하는데 17대 국회가 아직 마감이 안돼 어렵다. 바꿀 게 많은데 걱정이 태산”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여권 내부의 정치적 상황도 변수다. 일단 기대에 못 미치는 총선 결과를 놓고 책임론이 불거지며 당내 권력투쟁 등 거센 후폭풍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 여권 실세로 통했던 이재오·이방호 의원은 낙마했다. 반면 비주류인 박근혜 전 대표의 발언권은 더욱 커졌다. 개혁 입법 드라이브를 위해 과반 의석 확보가 절실한 이 대통령이 친박 무소속연대와 친박연대 당선자를 당으로 받아들일 경우 정국 주도권은 이 대통령이 아닌 박 전 대표가 쥐게 된다.

이 대통령이 어떤 정치를 하느냐에 따라 약이 될 수도, 자칫 독이 될 수도 있는 구도다. 그래서 이런 어정쩡한 국회 상황과 여야의 균형이 황금분할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날 이 대통령은 “결과를 무거운 심정으로 받아들이고, 겸허한 마음으로 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고 한다. 대화와 타협, 그리고 공생· 공존의 국정 운영 기조를 가지고 정국을 타개해 나갈 경우 우리 정치는 오히려 한 단계 발전할 수도 있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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