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스페인 테러, 강 건너 불이 아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지구촌에 또다시 테러비상이 걸렸다. 이미 이라크 내에서 각종 테러와 산발적인 전투로 숱한 민간인 희생자가 발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 11일엔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이슬람 무장 과격단체인 알카에다가 저지른 것으로 보이는 테러로 200여명의 사망자와 1500여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우리는 무고한 민간인을 상대로 한 이 같은 테러행위를 인류의 이름으로 규탄하며, 이러한 테러에 굴복한다면 오히려 테러가 더 횡행할 것이라는 점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자이툰 부대의 파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로서는 이번 테러가 결코 남의 일 같지가 않다. 무엇보다 알카에다가 그동안 미국을 도와 이라크에 파병한 동맹국들을 상대로 보복테러를 자행할 것임을 공언해왔고, 다음 테러의 목표로 폴란드.호주.이탈리아 등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런 식으로 악화된다면 이라크의 전후 복구와 조속한 안정회복을 위해 파병을 결정한 우리 군대도 이슬람 과격세력의 테러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게 된다.

이미 미국과 유럽국가들은 이슬람 무장투쟁단체들의 후속 테러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테러 예방을 위한 조치에 나서고 있다. 유럽연합(EU)은 테러대책을 위한 고위급 회의 개최를 결정했고, 미국도 열차나 지하철 등 대중교통수단에 대한 보안경계를 강화하고 나섰다. 그 때문에 우리도 이번 마드리드 테러 사태를 계기로 동맹국 및 서방국가들과 긴밀한 협의체제를 구축하는 한편 국내적으로는 대중교통수단과 주요 건물에 대한 테러 예방 및 적절한 보안조치를 취해야 한다. 또한 4월 파병을 앞두고 있는 우리 군의 안전대책에도 더 신경을 써야 한다. 특히 탄핵정국이라는 과도적 상황에서 군과 나라 전체의 안전확보에 한치의 허점도 없도록 해야 한다.

테러는 어떤 이유로도 용납할 수 없다. 또 여기에 굴복해서도 안 된다. 세계인 대다수는 각국 정부가 테러위협에 협박당하거나 굴복해 외교정책을 변경하는 것을 원치 않는다. 강력한 반(反)테러전에 대한 동참과 불굴의 용기만이 지구촌에서 테러를 종식시킬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