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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7 사교육비 대책 한달…달라지는 학원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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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교에서 오후 10시까지 아이들을 잡아두다 보니 주중반은 운영할 수가 없다. 다 주말반으로 돌리고 있다. "(서울 강북 H학원 K원장)

"0교시 수업을 금지한다는 발표가 나온 뒤 아침반을 열어달라는 학부모들의 요청이 이어지고 있다. 학교에 가기 전 2시간 정도 수업을 해달라는 것이다. 강남에 있는 상당수의 학원이 준비하고 있다. "(학원연합회 조창현 사회교육연구위원장)

"교육방송(EBS) 수능 교재를 분석한 강의는 꼭 한다. 학생들이 방송강의를 다 볼 수 있겠는가. 오히려 잘 분석하면 수능 적중률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강남 J학원장)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이 발표된 지 꼭 한 달이 흐른 지금 일선 학원가에는 시장 재편의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경쟁력이 약한 중.소 학원들이 타격을 받는 가운데 일부 학원에선 수강료를 내릴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절대 강자만 살아남는다'=보충학습과 자율학습으로 학생을 학교에 빼앗긴 학원은 비명을 지르고 있다.

자율학습이 많이 이뤄지는 서울 강북지역에서 학원을 운영하는 K원장은 "일부 학교에서는 전교 50등까지 강제로 자율학습 등을 시키고 있다"면서 "재학생을 대상으로 한 중.소 보습학원은 문을 닫을 수밖에 없는 형편"이라고 말했다.

서울 목동의 K학원 등은 수강료 인하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반해 강남지역 학원들은 다소 느긋한 편이다. 우선 강남지역의 학교들이 보충학습이나 자율학습에 다소 소극적인 데다 학생이나 학부모도 여전히 학원을 선호하기 때문이다.

강남지역의 한 학원장은 "유명한 학원이나 강의가 탄탄할 경우에는 큰 타격을 받지 않겠지만 변화된 상황에 준비를 제대로 할 수 없는 소규모 학원 등은 힘들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와 함께 학원이 심야수업을 할 수 없게 되면서 학생과 학부모가 개인과외 쪽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EBS 강의 철저히 분석'=학원가는 오는 4월 시작을 앞둔 EBS 수능 강의를 오히려 철저하게 활용할 계획이다. EBS강의를 면밀히 분석해 수능 적중률을 높인다면 오히려 학원으로 학생이 몰릴 수 있다는 것이다.

한 학원장은 "대부분의 학원에서 EBS 교재를 이용한 강의를 개설할 예정인 만큼 오히려 방송이 성공하면 학원에는 더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온라인 업체의 경우도 '전문화'와 '세분화'로 EBS인터넷 강좌와의 차별화를 꾀하는 한편 유명 강사의 강좌를 적극 활용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한 온라인 업체 관계자는 "EBS 방송이 성공을 거두면 유명 강사들의 온라인 강좌는 더 호황을 누릴 수도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나타내기도 했다.

◇특목고반은 침체=반면 특목고와 경시대회 준비반은 큰 타격을 받았다. 특목고 준비반을 운영하는 학원장은 "특목고 입시에 경시대회가 반영되지 않는 데다 특목고에 대한 제재가 많아지면서 경시대회 반은 이미 많이 위축됐다"고 전했다.

대성학원 이영덕 실장은 "오는 8월 발표되는 특목고 입시안에 따라 현재의 특목고 준비반이 '상위권'반 등으로 재조정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하현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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