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득표수 같을 땐 연장자가 국회 간다

중앙일보

입력

제18대 총선을 하루 앞두고 상당수 지역에서 막판까지 박빙의 초경합이 벌어지고 있다. 총 245곳 가운데 4분의 1에 달하는 70여개의 지역구가 오차 범위 내의 지지율 격차를 보이고 있다. 이들 지역구에서 득표수가 같은 후보가 나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닌 상황이다. 역대 총선에서 최소 표차 당선 기록은 지난 2000년 제16대 총선 때로 단 3표 차였다. 경기도 광주에서 당시 한나라당 박혁규 후보가 민주당 문학진 후보를 3표 차이로 이겼다.

만에 하나 이번 총선에서 두 후보가 동시에 최고 득표자가 된다면 금배지는 누구에게 돌아갈까.

◇연장자 순= 우리 선거법은 제188조에서 ‘최고 득표자가 2인 이상일 때 연장자를 당선인으로 결정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한 관계자는 “어른을 공경하는 옛 사상 때문인지는 몰라도 같은 득표 수라면 나이가 많은 후보가 당선된다”며 “생년이 같아도 월일이 앞서면 그 후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는 서울 관악갑을 예로 들어보자. 한나라당 김성식 후보와 통합민주당 유기홍 후보가 접전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일 MBC와 동아일보가 합동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김 후보(35.1%)가 유 후보(29.9%)에 비해 다소 앞서가고 있다. 두 후보는 1958년 동갑내기로 김 후보는 12월생, 유 후보는 6월생이다. 만약 두 후보가 똑같이 득표 했다면 생일이 빠른 유 후보가 당선된다. 1994년 선거법이 통합되면서 제정된 이 조항은 지방의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의 경우에도 해당된다.

대통령의 경우에는 절차가 다르다. 중앙선관위가 복수의 최고 득표자를 국회에 통지하면 국회는 재적의원 과반수가 출석한 공개회의에서 다수표를 얻은 자를 당선인으로 정한다. 해외의 경우 프랑스에서도 상ㆍ하원 의원을 뽑을 때 1차에서 판가름이 나지 않을 경우 2차 투표를 실시하고 이 경우에도 득표수가 같을 땐 연장자가 당선된다는 조항이 있다.

◇“재선거 치뤄야”= 연장자 당선 규정에 대해 비판론도 만만찮다. 한 지역을 위해 4년간 일할 의원을 ‘나이’로만 정한다는 점이 민주주의 정신에 위배된다는 것이다.
선거컨설팅업체 정(正)의 이정민 대표는 “해당 지역구에 한해 재선거를 치르거나 둘 다 초선 이상의 의원일 경우 본회의 출석률과 의정활동 등에 근거해 보다 훌륭한 후보를 뽑는 방법도 가능하다”고 제안했다.

이지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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