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넋나간 행정 이래도 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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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지자체 선거 후유증 때문인지 행정.사법부를 막론하고 공직자들이 모두 정신을 빼놓고 일하는 것 같다.
현재 시.도별로 달리 적용되는 바람에 말썽이 일고 있는 교육위원 자격 문제는 해당부처등의 담당 공무원들이 제대로 업무만 챙겼어도 전혀 시비가 일어날 수 없는 일이었다.2기 교육위원의임기가 9월2일 시작된다는 것은 일찍이 정해져 있었으니 여기에맞춰 계획을 세우고 준비하는 것은 담당공무원의 가장 기본적인 업무였다.더구나 젊고 참신한 인재가 참여할 수 있도록 교육위원의 자격을 교육경력 15년에서 10년으로 낮춰 법개정까지 해놓고 정작 선출과정에서 이를 적용하 지 못할 만큼 마무리를 소홀히 했다는 것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물론 전임자의 임기 막바지에 와서 부랴부랴 관계법을 개정한 것도 비판받아 마땅하다.그렇지만 15일 국회에서 개정법안이 통과됐는데도 공포 절차를 밟지 못한채 우왕좌왕하며 시일을 보내버린 것은 더욱 한심한 일이다.더구나 교육부에서 공 포도 하지 않은 새 법 조항을 적용해 교육위원을 선출토록 일선 시.도에 협조공문을 내려보낸 것은 있을 수도 없는 일이다.공포되지 않은법률을 시행부터 하고 보자는 발상은 공직자로서는 가져서는 안되는 위험천만한 편의주의적 자세다.이는 법률을 소급해 적용하는 잘못과 무엇이 다르겠는가.
대전지법 홍성지원의 재판결과 통지표 오기(誤記)사건도 도저히상상할 수 없는 일이다.고의건,실수건 실형을 선고받은 피고인이집행유예라고 잘못 쓰인 통지표 한장만으로 그냥 풀려났다는 것은모두가 나사가 풀렸기 때문이 아닐까.법원사무 관이 형량을 잘못기재한다는 것 자체가 있어서는 안되는데다 서명 날인한 법관조차이를 간과했다는 것은 변명의 여지가 없는 일이다.현실적으로 도박죄를 적용한 실형 선고는 흔하지 않아 쉽게 눈에 띄는 일 아닌가. 대형 사고가 잇따라 국민들이 불안해 하고 사회가 뒤숭숭할수록 공직자들이 먼저 이성(理性)을 되찾아야 한다.공직사회가기강을 확립하고 행정이 솔선수범해야 한다.때마침 한여름 휴가철이다.지위의 고하를 막론하고 누구나 맡은 일을 차질없 이 해내는 공직자 사회 풍토가 정말 필요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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