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지금은 재정黑字로 가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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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정부와 여당이 최근 각종 경제 현안을 둘러싸고 갈등을 빚고 있다.흑자예산의 사용을 둘러싸고 벌이는 논란도 그중 하나다.
올해의 예산흑자는 대략 1조4천억~1조5천억원으로 예상되고 있다.이에 따라 발생하게 될 세계잉여금(歲計剩餘金)은 절반을 양특적자(糧特赤字)상환에 쓰도록 법으로 규정하고 있다.따라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는 것은 나머지 절반이다.이 7천억~7천5백억원을 놓고 민자당은 사회간접자본(SOC)투자에 쓸 것을 주장하고 있는 반면 정부는 경제의 안정 기조(基調)를 정착시켜나가기 위해 전액을 정부차입금 상환에 쓰는 것이 옳다고 맞서고있다. 사회간접자본의 확충은 매우 중요한 과제다.이의 부족으로인한 물류(物流)비용 증대가 우리 경제의 경쟁력강화에 중요한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그러나 일을 하는 데는 때와 형편이란 게 있는 법이다.
올 상반기 실질성장률은 10%를 넘어설 전망이고 연간으로도 9%이상의 높은 성장률이 예상되고 있다.고용시장은 실업률 2%의 완전고용상황이며 경상수지는 국내과수요로 대폭의 적자를 보이고 있다.부분적인 반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전반 적으로 과열(過熱)의 신호가 나타나는 국면이다.
이런 상황에서 재정의 경기조절기능은 더욱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물론 현재의 호황국면은 짧게는 올 3.4분기,길게는 내년 1.4분기를 정점(頂點)으로 완만한 하강 곡선을 그릴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그렇다고 해도 보수적인 전망을 내놓 는 한국개발연구원(KDI)조차 내년 성장률이 여전히 6~7%라는 잠재성장률 수준을 넘는 7.6% 수준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결코 재정이 나서 경기를 부추길 상황이 아닌 것이다.언제까지높은 성장률이 좋은 것일 수만은 없지 않은가.과도한 성장추구는결국 高물가와 低성장의 불행한 결합을 초래하게 마련이다.이른바신경제의 골격이 연간 6~7%의 성장과 2~ 3% 수준의 물가상승을 중기(中期)목표로 삼고 있는 것은 옳다.이런 목표를 하루 빨리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경제 안정의 필요성에 대한 확고한 믿음을 가져야 한다.안정이야말로 경쟁력의 근본임을잊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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