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세자 외동딸이냐, 왕자 아들이냐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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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호 13면

지난주 일본의 주간 신초(新潮)는 ‘마사코 비(妃), 아들 출산에 재도전’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최근 병세가 많이 호전된 마사코에게 딸 아이코가 “남동생이든 여동생이든 동생을 낳아 달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마사코가 동궁의 한 관계자에게 “아이를 한 명 더 갖고 싶다”는 의사를 나타냈다는 내용이다.

차차기 왕위 승계 순위·교육 싸고도 신경전

사실 여부를 떠나 이 기사는 현재 일본 왕실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아키히토 일왕과 나루히토 왕세자가 건강하기 때문에 최소 30∼40년간 왕위 계승에 별 문제는 없지만 그 이후가 문제다. 현행 왕실전범이 유지되면 왕손은 차남 아키시노노미야의 한 살짜리 아들 히사히토(悠仁) 한 명뿐이다.

일본 왕가의 헌법으로 불리는 왕실전범 제1조는 왕위 계승 자격을 ‘남자’에게 부여한다고 못 박고 있다. 왕위 계승 순서는 ▶일왕의 장자 ▶일왕의 장손 ▶그 외 일왕 장자(長子)의 자손 ^일왕의 차자(次子·차남) 및 그 자손 ^그 외 일왕의 자손 등으로 정하고 있다. 왕실전범은 메이지(明治) 일왕 시절 제정된 이후 1947년 개정됐으나 왕위 승계 관련 규정은 그대로 남아 있다.

2006년 9월 일왕의 둘째 며느리 기코가 아들을 낳기 전까지 일본 왕실에서는 40년간 아들이 없었다. 고이즈미 준이치로 정권은 아이코의 왕위 계승을 염두에 둔 왕실전범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하려 했으나 히사히토 왕자가 태어난 뒤 이를 유보하고 있는 상태다.

문제는 왕위 계승자에 대한 제왕학(帝王學) 교육이다. 왕실전범 개정 논의가 조속히 마무리돼 왕위 계승자가 아이코로 결론 난다면 문제가 없지만 그럴 가능성은 매우 희박하다. 이 때문에 히사히토가 동궁이 아닌 사저에서 제왕학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왕세자 일가가 머무는 동궁과 일왕 내외가 머무는 왕궁의 생활비는 연간 3억2400만 엔(약 30억원). 아키시노노미야 가족은 연 5490만 엔(약 5억2000만원)의 왕족수당으로 생활하고 있다. 동궁 직원은 식사를 담당하는 대선과(大膳課) 직원을 빼고도 50명이 넘지만 아키시노노미야의 경우 운전기사를 포함해 10명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아이코에게는 담당 소아과 전문의가 24시간 대기하고 있으며, 문부과학성 출신 시종과 가쿠슈인 유치원 원장 출신이 교육을 맡는다. 현행 왕실전범에 따르면 성인이 돼 결혼과 함께 평민이 될 아이코와 왕위를 잇게 될 히사히토 간의 격차가 너무 벌어져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에선 일본 왕실에 아들 숫자가 턱없이 부족한 데다 남아 계승만을 고집하는 것이 시대에 뒤떨어진다는 비난 여론도 적지 않다. 마사코의 친정인 오와다(小和田)가와 친분이 있는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총리가 자신의 임기 중에 왕실전범 개정 문제를 다시 들고 나올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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