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탄핵 정국은 주식 사들일 기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증시가 '탄핵 쇼크'에서 벗어나 7일(거래일 기준)만에 상승세로 돌아섰다. 15일 거래소에서 종합주가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3.46포인트 오른 852.26으로 마감했다. 외국인이 '팔자'에 나섰지만 매도 규모가 크지 않아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증시가 장기 상승 추세에서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당분간 '숨고르기' 장세가 이어질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외국인 "탄핵 영향 제한적"=아시안 월스트리트 저널(AWSJ)은 해외 투자자들이 한국의 대통령 탄핵사태를 오히려 투자의 적기로 해석하고 있다고 15일 보도했다.

마크 헤들리 매튜스 국제자산운용 사장은 "한국의 최상위 기업 주식은 주당 순이익의 10~12배로 거래되고 있다"며 "이는 (탄핵으로 인해) 변동성과 위험도가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다른 나라의 경쟁 기업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매력적인 수준"이라고 말했다.

매튜스 자산운용은 한국에 2억3000만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해외 큰 손 중 하나다. 밴엑 이머징 마켓펀드의 데이비드 셈플은 "정치적 뉴스에 주식을 내다 파는 것은 잘못된 행동"이라며 "한국 증시에 대한 투자 비중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 자산운용의 수석투자가인 레이 조바노비치도 "탄핵이 주식회사 한국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며 "한국은 현재 정치.경제적으로 성숙기에 진입하는 과정을 경험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국내에 진출해 있는 대부분의 외국계 증권사도 향후 탄핵이 증시나 경제 전반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으로 보고 있다.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가라앉게 할 수 있겠지만 정치적인 불확실성이 이미 시장에 반영돼 추가 하락으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오히려 외국인은 미국 IT주의 조정이나 스페인 열차 폭탄 테러사태 이후 추가 테러 위험 등 외풍(外風)에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리먼브라더스증권 윤용철 상무는 "외국인이 사는 종목은 대부분 글로벌 경기에 민감한 수출 관련주이기 때문에 탄핵안에 따른 영향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모건스탠리증권 박천웅 상무는 "탄핵안이 한국의 경제 시스템을 흔들지는 않겠지만 세계 경기 둔화의 우려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의 정치적 불확실성이 더해져 다소 방어적인 투자전략이 필요하다"고 약간 다른 전망을 했다.

◇하락한 주가는 곧바로 회복=동원증권.굿모닝신한증권 등에 따르면 박정희 대통령이 피살된 1979년 '10.26'사건과 80년 5.18 광주 민주항쟁 당시 주가는 사회 혼란에 따라 10% 가량 하락했지만 곧 사건 발생 전 수준을 회복했다.

6월 항쟁 때도 주가는 13% 가량 하락했지만 6.29 선언 이후 주가는 한달 동안 30%나 급등하기도 했다. 83년 아웅산 테러나 94년 김일성 사망 때도 주가는 거의 변화가 없었다.

다만 외국의 경우 대통령 탄핵은 주가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 2001년 인도네시아에서 와히드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된 뒤 주가는 8.4% 하락했고, 정치 혼란이 가중되며 낙폭이 깊어졌다. 필리핀.브라질도 탄핵 정국에 주가는 20% 가까이 하락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전략팀장은 "한국 경제는 이미 정치의 그늘에서 벗어났기 때문에 이번 사건은 일시적인 충격에 그칠 것"이라면서도 "탄핵 이후 사회가 혼란해지면 조정이 길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정효식.손해용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