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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이름 갈등 그리스 반대로 나토 가입 불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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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26개 회원국 지도자들이 3일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이번 회담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참석한다. 러시아는 비회원국이다. 4일까지 열리는 정상회담에선 나토 확장 외에도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기지 계획, 아프가니스탄 추가 파병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할 예정이다. [부쿠레슈티 AFP=연합뉴스]

나라 이름이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에 가입하려는 마케도니아의 발목을 잡고 있다. 2일(현지시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개막한 나토 정상회의는 그리스의 반발로 마케도니아의 가입 문제를 추후 다시 논의키로 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나토 가입은 26개 기존 회원국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그리스가 반대하면 마케도니아는 나토에 가입할 수 없다.

그리스는 나토 정상회의 개막 전부터 마케도니아가 자국의 북부 지방 이름과 같은 나라 이름을 사용할 경우 나토 가입을 반대하겠다고 경고해 왔다. 마케도니아란 나라 이름이 쟁점이 된 이유는 그 상징성 때문이다.

기원전 4세기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부흥시킨 ‘마케도니아 왕국’은 현재 마케도니아와 그리스 북부, 불가리아 일부 등을 아우른 지역에 본거지를 두고 있었다. 그리스 국민은 알렉산드로스 대왕이 태어난 그리스 북부 마케도니아가 자랑스러운 역사적 유산이며, 알렉산드로스 대왕도 당연히 ‘그리스의 왕’이라고 여긴다. 하지만 마케도니아 교과서는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드로스’라고 명시하고 있다. 그리스 정부는 “마케도니아가 이 이름을 고집하는 것은 그리스 북부지역에 대한 영토적 야심이 있기 때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1991년 옛 유고 연방에서 독립할 때부터 ‘마케도니아공화국’이란 이름을 써온 마케도니아는 “나라 이름은 국가 정체성의 문제”라며 “수천 년간 살아온 이 땅의 이름을 절대 포기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93년 그리스의 외교력에 밀려 ‘옛 유고마케도니아공화국’이란 이름으로 유엔에 가입했지만 더 이상 ‘옛 유고’라는 꼬리표는 필요 없다는 것이다.

이 문제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은 깊어질 대로 깊어진 모습이다. 최근 마케도니아의 수도 스코페에는 그리스 국기를 나치식 문양으로 변형시킨 대형 포스터가 내걸렸다. 마케도니아의 한 민간단체가 그리스 국기 좌측 상단에 있는 흰색 십자가 대신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를 그려 넣은 것이다. 분노한 그리스 정부는 “이는 마케도니아 정부가 그리스에 대해 공격적으로 선전한 결과”라며 마케도니아 정부를 맹비난했다.

이날 나토 정상회의는 알바니아와 크로아티아를 새 회원국으로 가입시키기로 의견을 모았다. 그러나 우크라이나와 그루지야는 프랑스와 독일의 반대로 예비 후보국 지위인 ‘회원국 행동계획(MAP)’ 획득에 실패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두 나라의 나토 후보국 가입을 도발로 간주할 것이라며 강력히 경고해 왔다.

한편 AP통신에 따르면 이날 회의에서 나토 회원국들은 미국의 동유럽 미사일 방어(MD) 시스템 운용 계획을 전적으로 승인키로 합의했다. 회원국들은 미국의 MD 운용에 강력히 반대해온 러시아에 이를 수용할 것도 요구하기로 했다.

원낙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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