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격전지] 안산 상록을, 여당 새내기 vs 45년 토박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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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오후 2시 경기 안산 월피동의 한 김밥집. 이 지역(안산 상록을)에 출마한 한나라당 이진동 후보가 테이블 사이를 돌며 명함을 돌리고 있었다. 명함을 건넨 뒤에는 유권자의 손을 잡고 “신안산철 끌어오겠습니다. 한 표 부탁드립니다”라고 지지도 호소했다. 자신이 여당 후보임을 은근히 강조하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테이블의 30대 남성이 명함을 건네는 손을 외면하자 이 후보는 금세 주춤했다. 정치 신인인 그가 어색함을 딛고 다시 손을 내미는 데는 1~2초의 짧지만 긴 시간이 필요했다.

비슷한 시간 안산 이동의 농수산물시장. 친박연대 홍장표 후보가 “형수님, 거기 어머님! 제가 상록을에서 45년을 살고 일했습니다. 택시도 10년은 몰아야 개인면허가 나옵니다. 그런데 안산 온 지 3개월 된 낙하산을 뽑아서야 되겠습니까. 안산의 자존심을 지켜주세요”라고 호소했다. 이 지역 토박이로 시의원도 지낸 홍 후보가 말하는 ‘낙하산’은 물론 이 후보다. 한나라당 상록을 당협위원장이었던 홍 후보는 광주 출신인 이 후보에게 공천을 빼앗기자 탈당했다.

이곳에서는 기자 출신인 이 후보가 당을 앞세워 현재 선두를 유지하고 있고 그 뒤를 홍 후보가 오랜 지역 기반을 무기로 바짝 추격하고 있다. 최근의 여론인 문화일보 3일자 조사에선 이 후보가 23.9%, 홍 후보가 15.9%로 오차범위(표본오차 ±4.4%) 이내였고 적극 투표층에선 22.8%(이 후보), 19.8%(홍 후보)로 접전을 펼치는 양상이다.

지역 내 보수성향 유권자들의 지지세도 둘로 나뉜다. 상록구에서 13년을 살았다는 택시기사 김광수(49)씨는 “여당 후보가 지역 민원 해결에는 아무래도 낫지 않겠느냐”며 이 후보를 지지했다. 반면 월피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홍장표씨가 오래 닦아놓은 터에 이 후보가 갑자기 낙하산을 타고 내려왔다”고 반박했다.

이런 가운데 통합민주당 김재목 후보와 이 지역 현역 의원(전 열린우리당)인 무소속 임종인 후보도 종반 뒤집기를 향해 전력투구를 하고 있다. 이 지역 인구의 30% 정도를 차지하는 호남 출신 유권자들이 막판에 야당 지지를 위해 결집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실제 김·임 후보의 지지도(문화일보 3일자 조사)를 합하면 30.0%로 1위로 올라선다. 이동에서 만난 김재욱(53)씨는 “신안산철 같은 지역 현안들은 누가 뽑혀도 해결되는 것”이라며 “굳이 범여권 후보를 찍을 생각은 없다”고 말했다. 남은 5일 동안 후보 간의 단일화를 통한 선거 구도의 변화와 부동층 유권자들의 마음이 이곳의 승부를 가를 전망이다.

안산=남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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