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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풍속도] “무소속 르네상스” … 오차범위 내 접전 25곳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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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15대 총선 이후 무소속 당선자 수는 급감세를 보여 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은 좀 다르다. 전국 곳곳에서 무소속 후보들이 선전하고 있다. ‘무소속 르네상스’를 점치는 목소리까지 있다. 각종 여론조사 결과 무소속 후보가 앞서거나 오차 범위 내 접전을 벌이는 지역은 25곳 정도에 이른다. 그래서 “무소속 돌풍이 일었던 14대 총선 때의 기록(21석)을 넘어서는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들에 대해선 ‘소수정예’란 평가도 붙었다. 16, 17대(19%)에 비해 무소속 출마자 비율(11%, 127명)이 크게 줄었지만 경쟁력 면에선 과거 총선을 능가하는 까닭이다.

이번에 무소속의 약진이 두드러진 이유는 무엇보다 한나라당통합민주당이 ‘물갈이 공천’을 하는 과정에서 탈락한 중진급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 출사표를 던졌기 때문이다. 이는 14, 15대 총선 때와 비슷한 양상이다. 민자당으로 3당 합당이 이뤄진 뒤 치러진 1992년 14대 총선에선 합당을 반대했거나 낙천한 인사들이 대거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96년 15대 총선 땐 신한국당발 ‘개혁공천’의 희생양이 된 5·6공 인사들이 영남권에서 무소속으로 나섰다. 한나라당의 한 당직자는 3일 “이번 공천이 개혁을 기치로 내걸었지만 국민들로부터 평가를 받지 못하면서 탈락자들에게 승복하지 않을 명분을 준 것 같다”고 말했다.

기존 정당에 대한 불만도 또 다른 이유로 꼽혔다. 강원택(정치학) 숭실대 교수는 “소위 ‘고소영·강부자 내각’ 이후 한나라당에 대한 실망이 높아졌지만 민주당에 대한 불신이 더욱 크기 때문에 유권자 상당수가 아예 무소속을 선호하는 경향을 보인 것”이라며 “양대 정당에 대한 ‘혼내주기’ 측면이 강한 것 같다”고 분석했다. 강 교수는 “17대 총선 땐 민주노동당이 이런 표를 흡수했지만 이번엔 진보신당과 분열돼 오히려 무소속이 강세를 띠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무소속 바람의 진원지는 단연 한나라당 공천에서 탈락한 친박근혜계 인사들이다. 김무성(부산 남을) 의원을 필두로 영남 지역에서 특히 강세다. 부산은 ‘무소속 바람’으로 이어질 조짐까지 보인다. 유기준(서구)·이진복(동래) 후보가 각각 한나라당 조양환·오세경 후보와 접전을 벌이고 있다. 김세연(금정) 후보도 현역인 박승환 의원을 꾸준히 앞서 나가고 있다. 이경재(인천 서-강화을), 이해봉(대구 달서을), 김태환(경북 구미을), 한선교(용인 수지) 의원 등도 각각 한나라당 이규민·권용범·이재순·윤건영 후보에 맞서 선전 중이다.

민주당 공천에서 배제된 구여권 인사들의 기세도 만만찮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지원을 등에 업은 박지원(전남 목포) 후보와 광주 남구에 출마한 강운태 후보는 여론조사에서 1위를 거의 내주지 않았다. 김홍업(전남 무안-신안)·신계륜(서울 성북을)·이상수(서울 중랑갑) 후보도 명예회복을 노리고 있다. 단체장 출신들은 강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상승 곡선을 그린다. 박필용 전 김천시장과 유성엽 전 정읍시장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50% 이상의 지지율을 보였다.

이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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