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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비타민] 요구르트 발효기는 생화학 무기 제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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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요구르트 발효기가 생화학 무기 제조에 사용되는 전략물자임을 제조업자도 몰랐을까.

‘퍼멘터(Fermenter)’는 요구르트 등 발효 식품을 만드는 데 쓰이는 발효기. 금속 재질의 구 형태인데 표면 곳곳에 밸브가 달려 있다. 구멍 하나 없이 밀봉된 통 안에서 미생물을 발효시킨다. 그러나 퍼멘터는 수많은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생화학 무기를 제조하는 데 쓰일 수도 있다.

따라서 정부는 전략물자수출입통합고시를 통해 2L 이상의 대용량급 퍼멘터를 전략물자로 규정, 수출입을 통제한다. 전략물자를 수출하려면 지식경제부 장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일반인이 퍼멘터를 구하기 어려운 이유다. 거래는 대부분 생산자가 사는 사람의 요구에 맞추는 주문생산방식으로 이뤄진다.

이 같은 퍼멘터를 제작하는 업체의 대표이사 장모(43)씨. 그는 해외 바이어와 계약을 하고 2005년 12월부터 2년간 중국과 베네수엘라에 퍼멘터 10대를 수출했고 6억원을 벌어 들였다.

그러나 장씨는 3일 서울 강북 경찰서에 불구속 입건돼 조사를 받고 있다. 정부 허가 없이 전략물자를 불법으로 수출한 혐의(대외무역법 위반)다. 장씨는 경찰에서 “요구르트 발효기가 전략물자로 고시돼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며 선처를 호소했다. 경찰 관계자는 “발효기가 전략물자라는 사실이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건 맞지만 제조업자도 몰랐다는 걸 믿어야 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장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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