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포터』 떠난 판타지 시장 『39개의 단서』가 대를 잇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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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일 막을 내린 2008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에서는 『해리포터』의 빈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했다. 가장 화제가 된 책중 하나인 판타지 소설『39개의 단서(The 39 Clues)』를 내놓은 미국 스콜라스틱 출판사 부스에서 출판 관계자들이 저작권 상담을 하고 있다. [사진=이지영 기자]

세계 최대 어린이책 전시회인 ‘2008 볼로냐 국제아동도서전’이 지난달 31일부터 3일까지 이탈리아 볼로냐에서 열렸다. 올해로 45회째인 이번 도서전에는 전세계 60여개국 1300여개의 출판사들이 참가해 책의 저작권을 사고 팔았다. 올해 도서전의 주빈국인 아르헨티나는 ‘소가 날아갈때(When Cows Fly)’란 캐치 프레이즈를 내걸고 자국 그림책의 원화 전시회 등을 진행했다. 내년에는 우리나라가 주빈국이다.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운영하는 한국관은 224㎡ 규모의 공간을 마련하고, 길벗어린이·초방·재미마주·국민서관·웅진씽크빅·사계절 등 30여곳 출판사의 책 840종을 전시했다. 비룡소와 교원·여원미디어 등은 별도 부스를 내고 책을 소개했다.

또 『바보 이반』(여원미디어)을 그린 이경국(40)씨가 1만3000여명의 후보 중 99명을 뽑은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돼, 5년 연속 한국인이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에 포함되는 기록을 세웠다. 이씨는 사진과 컴퓨터 그래픽을 합성해 『바보 이반』의 일러스트레이션을 만들었으며, 심사위원단은 이를 두고 “실감나는 표현이 돋보인다”고 평했다. 

#『해리포터』 빈자리를 채워라

이번 도서전에서 대형 출판사들의 들고 나온 ‘빅 타이틀’은 하나같이 판타지물이었다. 지난해 완결판이 나온 『해리포터』의 빈자리를 대신하겠다는 속내다. 『해리포터』를 읽고 자라 판타지에 익숙하고 두꺼운 책을 읽어낸 능력을 갖춘 아이들이 잠재 고객인 셈이다.

이번 도서전 최대의 화제작은 미국 스콜라스틱 출판사가 갖고 나온 판타지 시리즈 『39개의 단서(The 39 Clues)』였다. 총 10권으로 기획된 이 시리즈는 올 하반기 첫 책이 나올 계획이며, 관련 카드와 인터넷 게임이 동시에 출시될 예정이다. 웅진주니어 이화정 주간은 “『39개의 단서』같이 작가의 창작성보다 출판사의 기획성에 기댄 작품들이 많이 등장했다”고 말했다.

10대 후반∼20대 초반 독자층을 겨냥한 ‘영 어덜트’시장의 부상도 두드러진 현상이다. 이에 따라 남녀간의 사랑을 다룬 로맨스물이 늘어났다. 랜덤하우스코리아 양원석 대표는 “뱀파이어가 주인공인 판타지물에도 연애 얘기를 가미시키는 등 1970∼80년대 전성기를 누렸던 하이틴 로맨스 시장이 부활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시와 만화, 감성을 자극하라

그동안 도서전에서 ‘변방’취급을 받았던 시와 만화가 이번에는 주목을 끌었다. 픽션·논픽션·뉴호라이즌 등 3개 분야로 나눠 수여돼온 ‘볼로냐 라가치상’에 올해 시 부분이 추가된 것도 시의 재발견을 이끌었다.

전시장 한켠에는 라가치상 시 부문 대상작으로 뽑힌 폴란드 시인 투빔의 시 그림책이 전시돼 눈길을 끌었다. 비룡소 박상희 대표는 “시는 번역이 어려워 저작권을 사고 팔기 어려웠는데, 이번 도서전에서 그림을 부각시킨 ‘시 그림책’이란 새로운 장르가 떠올라 ‘동시집의 세계화’란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만화의 비중도 커졌다. 대형 출판사의 신작 만화를 소개하는 포스터가 전시장 곳곳에 나붙었다. 우리나라도 한국문화콘텐츠진흥원이 운영하는 한국만화공동관에서 대원씨아이·서울문화사·학산문화사 등 3개 출판사의 만화를 소개했다. 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캐릭터팀 이혜은 과장은 “코믹만화에 대한 유럽 출판사들의 관심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볼로냐=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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