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평>부실치유,교육개혁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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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지금 우리는 연일 보도되는 삼풍백화점 참상에 비통함과 참담한심정으로 신문과 텔레비전앞에 앉아 있다.이런 비극적이고 수치스러운 사건들이 우리에게 너무 자주,연달아 터질 때마다 우리는 어찌하여 이지경에까지 왔으며,누구에 또 어디에 그 책임의 소재를 따지기 전에 뼈아픈 자성을 해야 한다.삼풍백화점이 철근을 적게 넣고,설계를 잘못한 것이 과연 문제의 원인이었던가.아니면안전점검제도에 문제가 있어서인가.
원인규명을 한다지만 문제를 불러일으킨 가장 근본 원인은 사람이다.심는대로 거둔다고,지금까지 성장제일주의.물질만능주의.출세지향주의로 일관해 온 우리의 그릇된 가치관의 결과다.이제 우리는 도처에서 양심이 무너져 내리고 도덕심이 무너져 내리는 소리를 심각하게 들어야 한다.자연히 교육이라는 대명제에 다시 한번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않을 수 없다.
대학은 사회에 배출될 인력을 마지막으로 마무리하는 곳이다.그러나 대학은 단지 학위를 수여하고 지식만을 전달하는 곳이 아니다.대학은 지식 못지않게 인격을 완성시키는 교육의 장(場)이어야 한다.이제 대학이 입시제도부터 달라지고 있다.
대학이 달라지면 초.중등교육도 그 교육내용과 방향이 달라지지않을 수 없다.
지금까지는 이웃을 돕고 병원이나 고아원에 가서 봉사하는 일들이 공부 걱정에 찌든 우리 학생들에겐 시간낭비요,생각조차 할 수 없는 현실이었다.할아버지 할머니를 찾아뵙는 시간보다 학원가는 일이 부모자식 모두에게 당연시되는 우선이었다.
입시제도가 바뀌고 교육내용이 바뀌면 자녀의 공부에만 짓눌려 훈계를 잃어버린 가정교육도 회복될 것이다.이제는 부모 자녀간에시험이 언제부터며 과외공부 선생님이 어떠냐는 대화에서,요즘은 어떤 책을 읽고 무엇을 생각하고 느끼고 있는가라 는 질적인 대화로 회복되어야 한다.
따라서 기업도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어느 대학출신 여부보다 능력과 함께 정직성.성실성.책임감있는 사람,더불어 살 줄 아는사람을 찾을 때,우리사회는 여러가지 과거의 교육공해와 중증(重症)으로 병든 사회가 서서히 치유될 것이다.
이번 정부가 발표한 교육개혁안이 제대로 실행만 된다면,시간이걸리더라도 이는 분명히 변화의 열매를 기대할 수 있다는 희망을갖는다.교육전반에 변화가 일어난다면 사람이 변하리라는 소망을 갖는다. 경쟁적.이기적이 될 수밖에 없던 입시제도,단편적이고 지식만 암기하던 학력위주의 입시제도,수험생과 학부모에게 고통스러웠던 입시제도가 이제 바뀐다.자원.사회봉사등 실질적인 인격수양의 경험들을 종합생활기록부에 기록하여 내신으로 평가한다 .이평가제도는 전인.인성교육을 강화함으로써 입시의 고통을 덜어주고허물어진 우리의 가치관을 보수하는 제도적 장치로 기대해본다.
세계화시대에 국가와 사회가 필요로 하는 인재는 정직.책임감.
성실성을 갖춘 능력있는 사람이다.정직함이 결여된 능력은 아무리그 능력이 탁월해도 삼풍백화점처럼 또다시 사회전반을 무너져내리게 한다.
한국의 청렴도가 최근 독일 국제청렴기구에서 작성한 세계각국 청렴도 순위에서 조사대상 국가중 중하위로 평가되었다고 한다.우리가 국가경쟁에서 살아남는 길도 공정.정직으로,국가간에도 신용을 회복해야 한다.
여기에서도 중요한 것은 아무리 교육개혁안이 훌륭해도 가르치는것은 사람이다.제도가 사람을 교육하지 않는다.교사가 살아야 교육이 살고,교육개혁이 실효를 거둔다.공정경쟁은 공정성을 뒷받침하기위한 평가척도의 제도화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생활기록부를 기록하는 교사가 공정해야 한다.
***개개인 변화로 시작 이번 교육안이 가위 코페르니쿠스적이라고 한다면 그 개혁안의 결과도 이제 모처럼 기대가 큰 교육개혁안 실행의 책임이 대학교수,각급 학교교사,교육행정가,그리고 학부모의 손에 달렸다.우리들이,즉 사람이 변하지 않으면 어떤 개혁도 이미 겪어온 교육개혁의 실패의 전철을 밟고 말 것이다.
다시 말해 진정한 개혁은 사람,개개인으로 시작되는 「소개혁」에서 시작된다.
◇필자약력▲경북안동(56)▲서울대공대 금속공학과졸▲美렌실래어공대 공학박사(재료공학)▲美항공우주국(NASA)연구원▲한국과학기술원교수▲한국창조과학회장▲한동대 초대총장(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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