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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문화인프라를 보고-安輝濬 서울大교수.박물관장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7면

중앙일보사는 삼성그룹후원으로 지난해부터 벌여온 선진국 인프라(사회간접자본)시찰의 다섯번째 행사로 지난달 5일부터 13일까지 영국.프랑스.이탈리아의 문화인프라 사찰행사를 가졌다. 이번행사는 언론계.학계.문학계 인사 16명이 참여,런던의 대영박물관,파리의 퐁피두센터,루브르박물관,신시가지인 라데팡스,그리고 밀라노와 로마의 오페라극장등 다양한 문화시설을 시찰하고 돌아왔다. 시찰단에 참가했던 세분이 보고 느낀 점을 글로써 보내왔다 <편집자 주> 中央日報社가 구성한 선진국 문화.예술 시찰단의 일원으로 초청을 받아 영국의 런던,프랑스의 파리,이탈리아의 로마와 밀라노를돌아보고 왔다.
개인적으로는 1969년과 73년 두차례에 걸쳐 서유럽의 여러나라들을 집중적으로 여행한 이후 22년만에 유럽을 다시 찾게 된 것이다.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하는 옛말이 있건만 20여년이 지났는데도 이 도시들은 별로 변한 것이 없 어 보였다.
적어도 도심지의 모습만은 고색창연한 옛 모양 그대로였다.하루가다르게 변하는 서울의 모습과는 너무나 대조적이었다.
그렇지만 그 고도들도 주변 외곽지대에서는 현대식 건물들이 들어차 있어 도심지의 고풍스러움과 큰 대조를 보여 준다.도심지는변하지 않아도 외곽지대는 한껏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특히 파리근교에 세워진 라데팡스는 다양하고 창의적인 현 대식 건물들로 이루어진 신도시의 범본이라할만 하다.변함없는 도심의 옛스러운 모습과 외곽의 현대적인 모양은 곧 옛 것은 그대로 고수하면서 동시에 새로운 것을 창조해가는 유럽 대표국들의 현명한 문화정책과 도시계획을 드러내는 것임에 틀림 없다.이러한 현상을 지켜보면서 그와는 정반대로 치닫고 있는 우리의 현실이 가슴아프게 느껴졌다.이미 심하게 훼손된 서울.경주.공주.부여등 우리의 역사적 고도들을 지금부터라도 어떻게 가꾸어갈 것인지와 관련해 꼭 참조할 필요가 있다고 생 각한다.
런던의 대영박물관을 위시한 대부분의 박물관과 미술관에는 10~20여명씩 단체로 입장하여 선생으로부터 강의를 듣는 어린 학생들의 진지한 모습이 자주 눈에 띄었다.20여년전보다도 훨씬 두드러진 현상으로 관심이 끌렸다.이따금 뒤에 서서 잠깐씩 들어보니 선생의 설명과 학생들의 질문 내용이 상당히 구체적인 것들이어서 놀랍고 부러웠다.그러한 교육이 활성화되어 있고 또 그러한 교육을 받은 어린 학생들이 많은 나라의 장래와 문화가 밝을수밖에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 아니 겠는가.
유럽의 유서깊은 도시들에서 느낀 것으로 결코 빼놓을 수 없는것은 관광사업에 관한 것이다.선조로부터 물려받은 유적.박물관.
미술관.오페라 하우스등은 물론,밤무대를 활용하여 밀려드는 수많은 관광객들이 즐거운 마음으로 돈을 떨구게 한다 .우선 주목되는 것은 전통을 고수함으로써 보전된 풍부한 관광자원으로서의 문화유산과 현대에 새롭게 개발된 상업적 오락물들이다.이것들은 관광객의 관심과 호기심을 끌기에 족한 것들이다.이것들이야말로 외국의 관광객들이 변함없이 줄지어 찾아 오게 하는 요소들이다.
런던대학에서 미술사를 가르치고 있는 박영숙(朴英淑)박사의 안내로 우리나라 전시실이 있는 박물관들과 고미술상점들을 둘러본 것도 기억에 남을 것이다.우리나라 미술품전시실들은 예나 지금이나 부적합한 위치,협소한 공간,안목 없는 전시, 전문가 없는 운영,빈약한 소장품 등을 드러내고 있어 안타까웠다.이와는 대조적으로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박물관에 전시돼 있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고미술상점들에 진열돼 있는 것들조차 작품의 격,전시효과 등에서 숨을 죽이게 하여 경탄과 함께 부러움에 한숨을 쉴수밖에 없었다.
박물관의 전시내용과 방법이 그 나라의 문화와 역사를 알리는 데 결정적임을 고려할 때 우리 국민 모두가 관심을 가져야 하리라 본다.
20여년전 미국 유학중의 대학원생으로 유럽을 여행할 당시에 무엇보다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것은 안내원의 깃발을 따라 무리 지어 다니는 일본의 평범한 단체여행객들이었다.그러나 20여년이 지난 이제는 여지저기에서 우리나라 단체관광객 들을 허다하게 볼 수 있다.또한 유럽의 공항들에는 으레 우리나라 대기업의마크가 새겨진 짐 운반용 손수레가 놓여 있다.한국음식점도 많이늘어났다.유럽을 오고갈 때 우리나라 비행기를 타고 우리 음식을먹으며 여행할 수 있었다.20여년 전과는 대조적인 현상들이다.
이처럼 우리는 분명 발전해 왔으며 국력도 현저하게 신장됐음을 알 수 있다.이제 앞으로의 보다 큰 비약을 위해서는 그 토대가될 문화의 발전에 중지를 모아야 하겠다.이번에 돌아본 유럽의 선진국들은 이를 위한 훌륭한 모델들을 우리에게 제시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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